정부세종청사 보안담당자들이 때아닌 ‘포켓몬고’ 걱정에 빠졌다. 포켓몬고는 증강현실(AR) 기능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구글 지도와 결합해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포켓몬을 수집하는 모바일 게임이다. 지난달 24일부터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종청사가 있는 세종시 1생활권엔 몬스터가 나타나거나 몬스터 수집 도구인 몬스터볼을 받을 수 있는 ‘포켓스톱’이 10여곳 있다. 세종청사의 경우 청사 안내실 앞, 고용노동부 옆 사거리 조형물, 공정거래위원회 ‘상생의 빛’ 조형물, 국무총리실 조형물, 산업통상자원부 조형물 등에 포켓스톱이 있다.
8일 고등학생 2명이 산업부 청사 앞에서 자전거를 세워둔 채 스마트폰을 응시하고 있었다. A군은 산업부를 둘러싼 펜스 너머 청사 안에 세워진 조형물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는 “주로 조형물 등이 포켓스톱인데 돈 주고 사야 하는 몬스터볼을 공짜로 얻을 수 있고, 몬스터도 나타난다”면서 “30m 정도 떨어져 있어도 캐릭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청사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했다.
문제는 공정위와 총리실의 포켓스톱이다. 산업부와 달리 출입구에서 신분증을 제시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가야 포켓스톱에 접근할 수 있다. 지난해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정부서울청사에 들어가 성적을 조작하는 등 정부청사가 번번이 뚫리면서 보안 문제로 뭇매를 맞았다. 이 때문에 보안담당자들은 포켓몬을 잡겠다며 무리하게 청사 안으로 들어올까 걱정하고 있다.
세종시는 신도시라 포켓스톱 자체가 적지만 이용자가 늘수록 포켓스톱도 더 생겨날 수 있다. 포켓스톱이 많아진다는 건 청사의 보안이 뚫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산업부 청사 앞에 서 있던 또 다른 B군은 “캐릭터 레벨이 높으면 욕심 때문에라도 들어가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관가 뒷談] 세종청사 보안담당자 “포켓몬苦…”
입력 2017-02-08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