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복, 값만 싸면되나?… “질 낮다” “판로 애로” 불평

입력 2017-02-09 05:31

‘교복전쟁’이 3년째 새 학기마다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김현정(42·여)씨는 다음달 중학교 입학을 앞둔 딸과 교복 때문에 실랑이를 벌였다. 딸은 학교에서 지정해준 교복사에서 옷을 사지 않고 다른 유명 브랜드 교복을 입고 싶다고 고집했다. 학교에서 지정한 곳보다 몸에 잘 맞는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8일 “어른들 눈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복전쟁은 2015년 교육부가 학교 주관구매제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학교가 입찰 공고를 내고 교복업체를 직접 선정하는 제도다. 비싼 교복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했는데, 제도 시행 후 2년간 평균 교복값이 23만원에서 16만7000원 전후로 낮아졌다.

문제는 선정된 업체의 교복만 사도록 학교가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서울시 기준 학생 참여도는 평균 70∼75%다. 가장 낮은 학교는 22%에 그쳤다. 학생 수에 맞춰 교복을 미리 만들어둔 낙찰 업체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은 고육지책을 내놨다. 아예 교표(학교마크)를 상표로 등록해 낙찰 업체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표 상표 등록제다. 올해 시범 실시하고 내년에는 전면 도입하겠다고 지난달 10일 밝혔다. 낙찰받지 않은 업체가 교복에 학교 마크를 달면 처벌받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입장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계약 업체를 보호하는 것이 1차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교복업체와 영세 대리점주 측은 오히려 반발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교복대리점을 10년 동안 운영하고 있는 서모(52)씨는 “올해 낙찰받아도 내년에 또 낙찰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낙찰 업체만 학교 마크를 쓸 수 있게 된다면 재고처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진상준 한국교복협회 회장은 “주관구매제와 교표 상표 등록은 교복업체들이 교복을 판매하는 것을 막고 소비자 선택을 강제하는 등 법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도 불만이다. 수원 장안구의 고교생 오민식(18)군은 “학교 주관구매에 참여해 교복을 샀는데 이전 교복보다 질이 떨어지고 착용감도 좋지 않았다”며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비슷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입학을 앞둔 정인서(13)양도 “자기가 원하는 교복을 샀을 때 후회하지 않고 기분 좋게 오래 입을 수 있을 것 같다”며 특정업체 교복을 강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시 중학생이 되는 서울 도봉구의 이헌재(13)군도 “사춘기고 그러니까 교복이 얼마나 예쁜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낙찰 업체가 교복 납품일을 맞추지 못해 새 학기마다 교복대란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학교 배정이 2월 초에나 이뤄지기 때문에 입학 전에 교복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2∼3주밖에 없다. 지난달 31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학생 교복 공청회에서 한 대리점주는 “원단, 부자재 준비가 너무 힘들어 정해진 기간 안에 옷을 만들기가 버겁다”고 호소했다. 지난 6일 열린 2차 공청회에서 서울시교육청 유인숙 장학관은 “관련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교복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글=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