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샤오미 ‘스마트폰’ 날개없는 추락

입력 2017-02-09 05:30
한때 ‘대륙의 실수’로 명성을 날리던 샤오미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추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이 순조롭지 않은 데다 안방인 중국에서도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며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8.9%(4150만대)의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샤오미는 2015년에 15.1%(6490만대)로 1위를 차지했었다. 불과 1년 만에 순위가 4계단 하락했다. 출하량도 1년 사이 2340만대나 줄었다. 샤오미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샤오미는 앞으로 스마트폰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MWC에서 스마트폰 미5를 공개했지만 올해는 MWC에 참가하지 않는다.

반면 1년 전까지만 해도 4, 5위였던 오포와 비보가 올해는 1, 3위에 등극했다. 화웨이는 지난해와 같이 2위를 유지했다. 애플도 중국 시장에서 처음 판매량이 줄며 4위로 내려앉았다.

샤오미의 쇠퇴는 저가 중심의 라인업과 온라인에 의존한 유통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DC는 “모바일 앱 사용이 늘면서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이 생겼고, 이런 수요에 맞춰 오포, 비보 등이 중저가 시장에서 고사양을 갖춘 제품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중국 온라인 유통망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대부분 업체들이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샤오미는 2015년을 기점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인도를 제외하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던 휴고 바라 부사장이 지난달 회사를 떠났다. 구글 출신인 바라는 샤오미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영입한 ‘얼굴’이었다. 그는 타지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실리콘밸리로 돌아간다고 퇴사 이유를 설명했다. 바라는 페이스북에서 가상현실(VR)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샤오미는 그의 이직이 개인적인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부 갈등이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샤오미 레이쥔 최고경영자(CEO)가 해외 판매 부진에 분노했고, 바라가 이끄는 팀의 권한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고 보도했다. 샤오미에서 더 이상 비전을 찾을 수 없어서 실리콘밸리로 돌아갔을 것이라는 얘기다.

샤오미가 스마트폰 부진을 극복하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TV, 공기청정기, 드론, 정수기, 스마트밴드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 제품들을 사물인터넷(IoT)으로 묶어 ‘샤오미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쥔 CEO는 “2016년은 숨을 고르고 속도를 늦추는 해였다”면서 “현재 54개인 ‘미홈’ 매장을 올해 200개 이상으로 늘리고 3년 내에 100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