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8개월간 대대적으로 수사한 한국지엠의 정규직 채용비리 결과를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회사 임원과 노조 핵심 간부들은 오랫동안 공생 관계를 유지하면서 각자 잇속을 챙기기에 바빴다. 이 과정에서 수억원의 검은돈이 오갔다. 짬짜미를 통한 검은 커넥션은 구조적이고 악랄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정규직 취업이라는 높은 벽에 좌절하는 현실에서 노사가 한통속이 돼 ‘정규직 채용 장사’를 해온 것이다. 정상적으로 정규직 채용 시험에 응시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이들의 공고한 비리 구조의 벽에 막혀 정규직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모두 31명이다. 전·현직 임원 3명은 도급업체 소속 생산직 비정규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각각 45∼123명의 서류전형·면접 점수를 조작해 이들을 합격시켰다. 임원들은 임금·단체협상 등에서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채용 성적까지 조작해가며 노조의 청탁을 들어줬다. 전·현직 노조 핵심 간부들은 채용 브로커로 활동하며 최소 400만원에서 최대 3억3000만원을 채용자로부터 받았다. 전직 노조지부장은 집 화장실 천장에 현금 뭉치 4억원을 숨겨두기까지 했다. 이런 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은 합격자 346명 가운데 123명에 이른다. 총 액수는 11억여원으로 이 중 노조 간부들이 8억여원을 받아 챙겼다.
일부 대기업 노조의 취업 장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간부들이 취업을 미끼로 수십억원을 챙기다 적발됐고, 지난해에는 부산항만노조가 가짜 취업설명회까지 열다가 덜미를 잡혔다. 정규직을 꿈꾸며 성실하게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희망을 빼앗는 이런 악질 범죄는 뿌리 뽑아야 한다. 특히 근로자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노조의 파렴치한 비리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관계 당국의 꾸준한 관리·감독도 뒤따라야 한다.
[사설] 뒷돈 받고 ‘정규직 장사’한 한국지엠 노사
입력 2017-02-08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