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고세욱] 아라리요 평창 vs 웰컴 투 동막골

입력 2017-02-08 17:26

9일로 꼭 1년 앞둔 평창 동계올림픽의 홍보 현황이 궁금했다. 유튜브에서 ‘PyeongChang’을 검색했다. 한두 건을 제외하고는 평창올림픽 관련 홍보 동영상 상당수가 천 단위, 만 단위의 조회수에 그쳤다. 이 중 눈에 띈 것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9월 공개한 ‘Arariyo PyeongChang’ 뮤직비디오였다. 제목도 독특했고 조회수도 8일 현재 8만회에 육박해 평창 관련물 중 나름 높아 자연스럽게 시선이 끌렸다.

클릭한 지 채 1분도 안돼 실소가 나왔다. ‘댄스바이러스가 평창에 출현했다’는 자막으로 시작된 것부터 어설픈 K팝 흉내 냄새가 났다. 아니나 다를까. 걸그룹 가수와 몇몇 개그맨이 3분50초 동안 민요 ‘아리랑’을 댄스 버전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게 전부였다. 여기서 올림픽의 의미와 취지를 알긴 어려웠다. 이 영상은 댓글뿐 아니라 ‘좋아요’나 ‘싫어요’도 하나 없는 무관심의 공간이었다. 이번에는 한글 검색으로 ‘아라리요 평창’에 들어가 봤다. ‘좋아요’가 40개인 반면 ‘싫어요’는 1500개 이상이었다. 댓글도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평창올림픽 홍보 영상 중 최고 화제작이지만 역효과가 우려스러울 정도였다.

평창올림픽은 총체적 난국이다. 최순실이 올림픽도 농단하려 했다는 의혹에 열기는 뚝 떨어졌다. 지난 7일 갤럽조사 결과 평창올림픽에 관심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48%에 그쳤다. 정부와 강원도,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남은 1년 동안 어떻게 평창과 코리아의 이미지를 제시하는가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강남스타일’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아라리요 평창’식 홍보는 비웃음만 살 뿐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홍보 목표는 단순해야 한다. 개최국의 특징에 맞춰 ‘남북 접경지역 평창에서의 평화제전’ 이미지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공교롭게도 12년 전 평창에서 촬영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는 평창올림픽이 지향해야 할 바가 오롯이 담겨 있다.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전쟁 기간 강원도 오지 ‘동막골’에 모여든 국군, 인민군, 연합군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들은 처음에는 이념 차이로 서로 적대시했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다가 마지막에는 동막골을 지키려고 힘을 합친다.

대북 제재와 미·중 갈등, 글로벌 혐오주의가 고조된 현 상황은 ‘웰컴 투 동막골’의 시대 배경과 흡사하다. ‘2018 평창’을 동막골로 만들려면 국제 갈등의 당사국들, 특히 북한의 참가가 급선무다. 육로를 통한 북한 선수단의 평창 입성과 같은 극적인 이벤트가 열리면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 북 마식령 스키장 등을 올림픽 훈련시설로 개방토록 하는 아이디어도 내봄직하다. 요즘 같은 때 불가능한 얘기일 순 있다. 하지만 민망한 뮤직비디오 제작에 돈과 시간을 쏟기보다 평화축제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인지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유튜브 ‘아라리요 평창’을 방문하면 1988 서울올림픽의 ‘hand in hand(손에 손잡고)’가 관련 영상으로 떠 있다. 105만 조회수가 넘은 이 작품에는 ‘눈이 정화된다’ ‘아라리요 보다가 걸린 암이 나을 것 같다’는 등 ‘아라리요’와의 비교우위 댓글이 넘쳐난다. 화면은 조악하지만 냉전시대 말미에 ‘손을 잡고 벽을 넘자’는 메시지는 신선했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이를 보고 환호하는 이유다. 북을 제외한 사회·자본주의 국가들이 대부분 참가한 29년 전 올림픽 스타디움은 하나의 동막골이었다. 이후 냉전의 벽은 급속히 무너졌다.

올림픽 성공을 위해서 ‘아라리요 평창’식 홍보가 나을까, ‘웰컴 투 동막골’식 발상이 옳을까. 답은 나와 있다. 빠른 실천이 중요할 때다. 1년은 금방 간다.

고세욱 스포츠레저부장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