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 압박에 기업들이 적극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LG전자는 2009년부터 추진해 오던 미국 내 신사옥 건립을 확정짓고 기공식을 가졌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미국 공장에 신규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LG전자는 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잉글우드 클리프에서 북미 신사옥 기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2019년까지 총 3억 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해 연면적 6만3000㎡ 규모로 사옥을 짓기로 했다. 신사옥에는 LG생활건강, LG CNS 등 LG그룹의 계열사 직원들도 입주해 1000여명이 근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옥을 짓는 데에는 2000여개 이상의 건설 관련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LG전자는 예상했다. 세금, 일자리 창출 등의 지역경제 기여도는 매년 약 2600만 달러(약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사옥 건립을 추진한 건 2009년부터다. 환경단체와의 논의가 길어진 탓에 지난해 6월에야 최종 인허가를 받았다. 오랜 기간 협의가 진행됐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발맞춰 사옥을 건립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의 글로벌 매출 중 북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내 가전공장 건립 계획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상반기 중으로 가전공장 투자 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앨라배마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을 가전 공장을 세울 후보지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설립이 확정될 경우 이르면 내년 초부터 연 200만대 규모의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사장단은 8일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관련한 강연을 들으며 대응책을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미국이 내세운 보호무역주의와 그에 대한 국제질서, 패권의 확립 등에 대해 공부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도 미국 공장 채용 인원을 늘린다. 한국타이어는 상반기에 완공되는 테네시주 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신규 채용을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채용을 완료하면 사무직과 생산직 등 총 1200여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게 된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5월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직원 400명을 고용했다. 공장이 안정화되는 1∼2년 후 생산 규모가 늘면 일자리도 새롭게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기업들도 미국 내 투자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의 폭스콘은 70억 달러를 들여 미국에 디스플레이 공장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도요타는 5년 동안 100억 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은 6년에 걸쳐 농업 연구·개발 분야에 8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트럼프 “생큐” 압박에 국내기업 결국 화답
입력 2017-02-0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