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상숙 <1> 조건 없이 치료 도와… 30명 본국 돌아가 교회 세워

입력 2017-02-09 00:01
김상숙 권사(첫줄 오른쪽 세번 째)가 홀리네이션스선교회 직원, 봉사자들과 함께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을 방문, 캐나다 의료 선교사인 셔우드 홀 박사 묘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홀리네이션스선교회 제공

‘모두 조건 없이 전액을 돕는다.’

2000년 홀리네이션스선교회를 창립해 지금까지 고수하는 원칙이자 행동 지침이다. 돌이켜보면 어려움에 처한 외국인 환자들을 ‘모두’ ‘조건 없이’ ‘전액’ 원칙으로 돕기로 한 것은 성령이 주신 특별한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을 주셨기에 기적과 은혜가 넘치는 현장에 있을 수 있었다. 만약 교회에 나온 사람이나 교인 등록자에 한해 치료비 일부만 돕고 수술비나 입원비는 지원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필요를 풍성히 채워 주시는 하나님을 직접 겪을 축복의 기회는 놓쳐버렸을 것이다.

사역 초기 중환자들은 쉴 새 없이 몰려왔다. 온 몸에 고름이 흐르는 희귀병에 걸린 외국인, 간농양 환자, 손가락이 잘린 환자, 뇌출혈 환자, 폐결핵 환자 등 수없이 많은 환자들이 선교회의 문을 두드렸다. 심지어 어떤 환자는 병원에 입원비 대신 우리 선교회의 전화번호를 주고 병원으로부터 그의 입원비를 대신 낼지를 전화로 물어 온 적도 있었다. 물론 그때도 우리는 그 환자를 하나님이 보내신 영혼으로 받아들였고 기꺼이 치료비를 내주었다.

소문은 빨랐다. 우리의 도움을 받은 외국인들은 아픈 동료들에게 선교회의 존재를 알렸다.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전국으로 퍼졌고, 선교회 문 앞에는 아픈 외국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 환자라면 누구든 만났고 어디든 찾아갔다.

조지 뮬러는 동역자를 위해 기도할 때 이렇게 했다고 한다. “하나님 아버지, 저 혼자 이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좋은 동역자들이 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선별해 주셔서 주님의 심장을 가지고 고아들을 돌볼 수 있는 사람들을 보내 주십시오.”

부끄럽지만 나 역시 그렇게 기도했다.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였던 사람이 사랑의 통로가 되기를 원해 선교사가 되어 홍콩에서부터 섬긴 지 30년이 지났다. 우리가 돕는 대상은 모두 엄청난 물질과 인력을 필요로 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사도행전 2장에 나오는 초대교회 신자들처럼 한마음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섬겼다.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행진했다. 우리는 이 사역의 장소를 ‘행복동’이라 불렀다.

성경의 모든 약속은 신실했고 사실이었다. 주님은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약속(마 28:20)을 구체적으로 채우셨다. 그동안 행복동에서 필요로 했던 재정은 5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나는 한 번도 재정을 위해 기도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주님은 여러 모양으로 역사하셨고 10원의 빚도 지지 않게 해결해주셨다. 사람에게 구하지 않아도 채우셨다.

행복동을 통해 수백 명의 외국인들이 입원 수술을 받았고 수많은 외국인들이 세례를 받았다. 30명의 외국인 신학생들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교회를 세웠다. 그들은 몽골과 러시아 네팔 중국 파키스탄 영국 등지에서 또 다른 열매를 맺고 있다.

현재 홀리네이션스선교회에서 봉사하는 분들은 50명 정도다. 교사와 설교자, 찬양인도자, 의료진, 식당 봉사자, 차량봉사자, 통역 담당자, 미용 봉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섬긴다. 우리는 알고 있다.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놀라운가를. 정리=신상목 기자

약력=△1948년 서울 출생 △중앙대 졸업 △85년 홍콩에서 선교활동 △95년 말레이시아에서 말레이어 성경공부 교재 번역 등 선교활동 △2000년 경기도 일산에 홀리네이션스선교회 설립 △고양 삼위교회 권사 △저서 ‘나는 날마다 기적을 경험한다’ ‘주님, 오늘도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