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과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주도권 싸움으로 미국이 전례 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CNN방송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 취임 후 지난 2주간 벌어진 혼란 상황을 ‘웨스트윙 서커스(West Wing circus)’라고 표현하면서 “트럼프가 배넌과 프리버스 중 누구 말을 따랐는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는 “두 사람이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 기싸움을 벌이다 승기를 잡은 쪽만 트럼프에게 의견을 내고 있다”며 “임기 첫해까진 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둘의 경쟁구도는 지난달 27일 발동된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배넌이 주도한 이 행정명령이 거대 소송전으로 비화되자 프리버스는 이날 정책 추진과 소통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며 ‘10점 체크리스트’를 제안했다.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해당 안건을 백악관 공보국과 비서실 등에 승인받게 하자는 제안이다.
갈등은 예견된 일이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 출신인 프리버스는 조심스럽고 세밀한 품성을 지닌 반면 전직 해군 장교인 배넌은 변화를 위해서라면 분열을 조장하는 것도 불사할 만큼 과격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트럼프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편 행정명령’의 세부안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배넌에게 크게 화를 냈다는 일화도 전해졌다. 이 행정명령에는 NSC 수석회의에 배넌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기존 당연직이던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합동참모본부장은 필요시 출석한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백악관 문고리 권력 기싸움?
입력 2017-02-07 18:08 수정 2017-02-07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