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을 주도한 몸통으로 지목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문화·예술계 단체에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등으로 두 사람을 7일 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의 공소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자로 명시됐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및 부당한 인사개입에 대한 지시를 내리거나 보고받은 내용을 일부 확인해 공소장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가 블랙리스트에 개입한 일부 정황도 확인했다. 특검은 임박한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서 블랙리스트 의혹도 캐물을 계획이다. 특검은 “10일 언저리에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날짜도 언급했다. 9일 청와대 안에서 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많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2013년 9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 지표가 문화융성인데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고 발언한 이후 블랙리스트 작성이 본격화됐다고 판단한다. 김 전 실장은 같은 해 12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반정부·반국가적인 성향의 단체들에 대한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신동철(56·구속 기소) 당시 청와대 소통비서관 등은 2014년 4월부터 한 달 동안 3000여개의 단체와 8000여명의 인사로 이뤄진 블랙리스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특검은 관련 내용이 김 전 실장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블랙리스트 적용에 소극적이던 문체부 공무원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황한식)는 지난 3일 특검이 직무범위를 벗어났다며 김 전 실장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기각하며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 김종덕(60·구속 기소) 전 문체부 장관 등과 순차적으로 공모해 문체부 일부 공무원의 사직을 강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2014년 6월 정무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뒤 블랙리스트 대상자를 선별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 통보하고 문체부에 하달하는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방해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 존재를 부인해 위증 혐의도 적용됐다.
특검은 김상률(5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과 김소영(50)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도 블랙리스트 정책에 가담한 혐의로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과 김 전 실장, 조 전 장관 외에 특검이 블랙리스트와 연관돼 기소한 인물은 김 전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 전 비서관 등 7명이다. 이들의 부하 직원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글=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블랙리스트’ 김기춘·조윤선 재판 회부… 朴 대통령 공모자 명시
입력 2017-02-07 18:20 수정 2017-02-07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