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명 연장 결정 취소” 판결… 월성원전 1호기 운명은

입력 2017-02-07 18:21 수정 2017-02-07 21:20

법원이 국내 두 번째 상업 원전인 월성 1호기의 10년 수명연장 결정이 위법하다며 취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소송 제기 후 1년10개월 만이다. 월성 1호기 영구 정지가 최종 결정되면 고리 1호기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영구 정지 원전이 나오게 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호제훈)는 7일 월성 1호기 인근 주민 등 시민 2167명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상대로 낸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수명연장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원안위가 월성 1호기의 안전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 원자력안전법은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성 평가 과정에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한다”며 “원안위는 월성 1호기의 안전성 평가에 월성 2호기 설계기준으로 적용한 바 있는 캐나다의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월성 1호기 연장 운행 의결 과정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원자력안전법이 요구하는 수명연장 허가사항 전반에 대한 ‘변경 내용 비교표’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허가사항을 원안위 과장이 전결로 처리하는 등 적법한 심의·의결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안위 위원 중 2명은 최근 3년 이내 원자력 이용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하는 등 결격 사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위법 사유의 객관성을 봤을 때 무효가 아닌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은 “사업자와 한통속인 규제기관이 가동을 승인하던 관례에 일침을 놓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은 월성 1호기 재가동 승인 과정에서 나온 잡음과 무관치 않다. 설계수명 30년인 월성 1호기의 재가동 여부 검토가 시작된 건 수명을 3년 남긴 2009년 12월부터다. 승인 결정은 쉽게 나지 않았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꼽히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설계 수명이 만료돼 정지됐다.

2년 뒤인 2014년 10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재가동에 문제가 없다는 심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재가동 논란은 재점화됐다. 원안위는 2015년 2월 27일 새벽 1시까지 이어진 격론 끝에 재가동을 승인했다. 당시 민간검증단은 보고서가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반대했다.

원안위는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 방침과 함께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원안위 관계자는 “계속 운전을 위한 운영 변경 허가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다”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시민단체 측에서 운영 정지 가처분신청을 할지 여부다. 다만 이를 통해 월성 1호기가 정지돼도 전력 수급에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겨울 최대 전력 부하를 8150만㎾로 보는데 월성 1호기를 정지해도 1000만㎾ 이상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양민철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