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이 10일로 전면 가동 중단 1년을 맞으면서 입주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피해액이 최소 1조5000억원에 달하지만 정부 지원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가동 중단으로 피해가 누적되고 있지만 재가동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해 북한의 4·5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가 잇따라 결의안(2270·2321호)을 채택하면서 가동 중단 전 상태로 돌아가기 힘들어졌다. 정부도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재가동 논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차기 정부에서 정치적·외교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의류업체 M사의 A대표는 7일 “33년간 유지해온 알짜배기 회사를 하루아침에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해당 회사는 개성공단 폐쇄로 피해를 입은 업체 중 하나다. 회사는 거래업체만 100곳 정도로 연간 150억∼1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왔다. 하지만 개성공단 중단으로 매출이 98%나 급감해 현재 매출은 1억∼2억원에 불과하다. 인력도 35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가동 중단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지만 정부 지원 규모는 크지 않았다. A대표는 “우리 회사가 개성에 납품받은 자재가 60억원 정도였으나 정부의 보험금 상한선이 22억원이라 기존에 약속한 70% 지원 규정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입주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원사들의 실질 피해액이 1조5000억원을 넘는데, 정부 지원금액은 4838억원으로 전체의 32%에 불과하다고 항변한다.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 투자자산이 593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원부자재 등 유동자산이 2453억원이었다. 납품기한을 지키지 못한 위약금 1484억원, 가동 중단으로 인한 미수금 375억원, 1년간 영업손실 3147억원, 영업권 상실 2010억원 등도 포함됐다.
정부는 피해액 산정에서 업체 측과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영업손실과 영업권 상실을 피해액으로 잡지 않는다. 통일부 당국자는 “영업손실은 향후 기업이 부담해야 할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은 기대이익”이라고 밝혔다. 위약금·미수금 같은 간접피해까지 지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신 회계법인 검증을 통해 피해액을 7779억원으로 추산하고, 지난달 말까지 5013억원을 지급했다고 설명한다. 특별예비비까지 편성해 보험에 가입한 업체는 물론 미가입 업체까지 특별지원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11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 2321호는 북한에 있는 회원국 금융기관과 은행 계좌 폐쇄를 의무화했다. 개성공단 우리은행 지점에 달러를 입금하면 북한이 찾아가는 방식으로 임금을 전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결의안은 뭉칫돈의 대량살상무기 전용 위험성도 촉구한 상태다. 김남중 통일부 정책실장은 지난달 국방부에서 열린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결의안 2270·2321호를 고려할 때 공단을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제재 흐름을 거스르기 힘들다는 정부 입장도 당분간 재가동 전망을 어둡게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것은 북핵 문제 핵심 당사국인 우리 스스로가 국제사회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문제가 남북관계 개선의 주요 시금석이 됐다는 점에서 정권 교체 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내부의 독자제재는 최고 지도자 의지로 풀지만 미국이나 유엔 등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상당한 시간이 들고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현길 조성은 허경구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기획] 개성공단 기업들 “1조5000억 피해”… 재가동 ‘감감’
입력 2017-02-07 18:16 수정 2017-02-07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