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유권자의 투표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라 선진국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청년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와 함께 젊은층의 선거 불참은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다. 청년 유권자가 왜 투표소로 가지 않는지, 이것이 어떤 문제를 초래하는지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호에서 심층 분석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사는 알렉스 올류크(28)는 선거권이 생긴 이후 4차례 총선이 치러졌음에도 한 번도 투표하지 않았다. 정치의식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조국이 팔레스타인을 인정하고 평화를 되찾기 바라는 올류크는 자신의 투표 거부가 “지리멸렬한 이스라엘 정치권을 향한 발언”이라고 항변했다.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는 부모 세대보다 잘 교육받았지만, 뉴스를 많이 보지 않고 투표를 의무로 여기지 않는 편이다. 여기에는 환경과 성향의 문제가 작용한다. 보통 사회에 안착한 뒤에야 공동체 이슈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밀레니얼 세대는 고성장 덕을 본 부모 세대에 비해 정착하는 시기가 늦다. 그만큼 사회·정치 현안에 관심 쏟을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구미에 맞는 뉴스나 노래만 골라 듣듯이 세상도 본인 선호에 맞춰서 파악하는 젊은층의 성향도 기존 정치권과 화합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 때 18∼33세 유권자의 25%만 자신이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혔고 절반은 무당(無黨)파를 자처했다.
눈에 띄는 특정 정치인과 이슈에만 반응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캐나다에서 30%대에 그치던 18∼24세 투표율이 2015년 총선에선 57%로 치솟았다. 젊고 잘생긴 쥐스탱 트뤼도 후보(현 총리) 신드롬 때문이었다.
기성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는 청년층은 선택지가 없다는 불만을 투표 거부로 표출한다. 하지만 이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표가 필요한 정치인은 나이든 사람 입맛에 맞는 정책만 내놓고 젊은 유권자는 무시하게 된다. 그럴수록 젊은층의 환멸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 중도 정당 ‘50플러스’는 최근 선거에서 연금생활자 이슈에만 집중했다. 노인 표가 청년 표의 2배였기 때문이다.
청년층이 선거에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것은 선거로 선출된 정부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각국은 묘책을 찾고 있다.
호주 벨기에 브라질 등은 투표를 법적 의무로 강제하고 있다. 청년층 투표율 하락으로 민주당이 열세에 놓이는 것을 우려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의무투표제에 관심을 보였었다. 그러나 런던정경대 마이클 브루터 교수는 “그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고 젊은층에 적극 반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연령을 낮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등은 투표가능 나이를 16세로 내렸다. 한국에서도 선거연령 하향(만 18세) 논의가 뜨겁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젊은층 ‘정치 환멸’… 정착 늦어 관심 둘 여유 없어
입력 2017-02-08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