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A씨(28)는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에 ‘생활비라도 벌면서 공부하자’는 심정으로 인터넷 구직사이트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단순히 서류를 전달하는 업무를 하던 A씨는 ‘좀 더 많은 수당을 주겠다’는 유혹에 빠져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을 맡아 돌이킬 수 없는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공무원이 되어 ‘잘살아보겠다’던 A씨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전과자라는 낙인만 찍히는 안타까운 신세가 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A씨 같은 취업준비생과 대학생 등을 인출책 등 조직원으로 모집해 범죄를 저지른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전모(33·중국 국적)씨 등 17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A씨 등 나머지 5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전씨 등은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금융기관의 대출업무를 빙자해 보증료 등을 요구하거나 검·경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가 유출돼 범행에 이용됐다’며 피해자 76명으로부터 4억9000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씨 등 취준생과 대학생들은 처음에는 구직자 정보를 수집하는 일, 대출관련 문자메시지 등 홍보문자를 발송하는 일 등 단순작업을 하다가 “더 높은 수수료, 수당을 주겠다”는 유혹에 빠져 전달·송금·인출책 등의 역할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와 같이 단순한 일을 하다 범죄에 가담한 취준생은 16명이고 대학생도 4명이었다. 이 중 취준생 6명과 대학생 1명은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를 초과하는 수당·급여를 보장하거나 통상적인 취업과정에서 요구되는 자격서류 등이 아닌 통장·카드 등을 지참하라는 등의 경우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원=강희청 기자kanghc@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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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7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