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3개월 만에 1140원대로 돌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강세였던 달러화가 2월 들어 급격히 힘을 잃은 탓이다. 이 기간 환율은 크게 출렁였다. 하지만 트럼프의 ‘환율 조작국 지정’ 엄포로 외환 당국의 손발이 묶여 있어 환율 급변동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9원 내린 1136.0원으로 출발했다. 1136원은 지난해 11월 8일 미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돼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시점의 종가(1135.0원) 이후 최저치였다. 이날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유럽연합(EU) 쪽 정치 이슈 등이 불거지며 유로화가 약세를 보여 달러화 추가 하락을 막아냈다. 결국 전날보다 6.4원 오른 1144.3원에 거래를 마쳤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 폭과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1월 말까지만 해도 116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은 2월 들어 하루에 2∼10원씩 뚝뚝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을 전후해 ‘강달러가 과도하다’는 구두발언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며 달러화 약세가 촉발됐다. 이어 중국 일본 독일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터져 나오며 환율 하락세에 기름을 부었다.
향후 방향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신한금융투자 하건형 연구원은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실망감이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며 달러화 약세 시점을 앞당겼다”면서 “단기적으로 1140원에서 1160원을 오르내리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결국 남은 건 극심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다. 1월 중 전날 대비 환율 변동폭은 평균 7.2원을 기록해 지난해 10월 중 평균 5.3원보다 1.4배 커졌다. 2월 들어서도 5거래일 동안 6.5원 오르내리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역시 방향성 없는 트럼프의 경제정책 때문이다. 트럼프가 예고한 재정정책은 성장 촉진책이다 보니 금리를 상승시켜 강달러와 연계되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트럼프의 무역통상정책은 자국의 수출 증진을 위해 약달러를 유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 트럼프의 트위터 글 한두 줄에 따라 출렁거리는 형국이다.
문제는 우리 외환 당국의 환율 미세조정 역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는 4월 미국의 환율조작국 재지정 움직임 때문에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에 그 흔하던 구두개입조차 못하는 현실이다. 한국은 현재 환율조작국 이전의 관찰대상국에 속해 있다.
달러화의 급작스러운 약세로 수출기업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우리은행 웰스매니지먼트센터 조현수 팀장은 “1140원에서 1150원이란 밴드를 정해놓고 이보다 더 떨어지면 수출기업은 원화 환전을 미루는 게 좋다”며 “개인투자자는 1140원 이하일 때 달러화 예금에 가입하는 등 저점분할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트럼프노믹스 때문에… 당국 손 묶인채 ‘환율 멀미’
입력 2017-02-07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