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공포가 전국의 축산 농가를 엄습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여전히 사투를 벌이고 있는 방역 당국은 엎친 데 덮친 상황에 당혹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바이러스의 유입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구제역이 AI처럼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확산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부터 전국 소 330만 마리에 대해 일제 백신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전체 소에 대한 백신접종에는 최소 3일이 걸리고, 항체가 형성되기까지는 일주일이 걸려 앞으로 열흘이 구제역 확산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항체가 형성되기 이전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차단방역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구제역 방역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단방역으로도 구제역 확산을 막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새벽 충북 보은 젖소농장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온 이후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같은 날 밤늦게 전북 정읍 한우농가의 의심신고도 구제역으로 최종 확진됐다. 정읍에서는 발생농가의 주변 농가까지 포함해 174마리의 소가 살처분됐다.
보은과 정읍은 거리상으로는 120㎞ 정도 떨어져 있다. 이처럼 인접 지역이 아닌 두 지역에서 사실상 동시에 구제역이 발생하자 소와 사람의 출입을 통제한다고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가금류 농가를 휩쓴 AI의 경우에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AI는 초기에 바이러스 유입원을 겨울철새로 추정이라도 했지만 구제역은 유입경로가 현재까지도 불분명하다. 보은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 결과 2014∼2016년 국내에서 발생했던 바이러스와는 다른 ‘ME-SA Ind 2001’ 유형의 바이러스라는 것 정도만 밝혀졌다.
일단 방역 당국은 사람에 의해 외국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처음으로 구제역 의심신고를 접수한 보은 지역의 농장주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11월 중국을 다녀왔고 농장주 아들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을 다녀왔다. 하지만 구제역 바이러스 잠복기가 최장 21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이 바이러스를 옮겨왔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당국은 보은에 외국인들이 상당수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심지어 처음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유입된 지역이 보은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에도 당국은 주시하고 있다. 이에 구제역 바이러스 유입경로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수입 사료를 통해 흘러들어왔거나 국내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멧돼지 등 야생동물을 매개로 소에 전염됐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구제역 확산 인접지 아니고 유입경로 몰라… ‘동시다발’ 초긴장
입력 2017-02-08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