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행 “대선 입장 밝힐 적당한 때 있을 것”… 한결 여유

입력 2017-02-08 00:00

황교안(사진) 대통령 권한대행의 모호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대선 출마와 관련해 알듯 모를 듯한 답변만 내놓는 중이다.

황 권한대행은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위한 본회의에 참석했다. 기자들이 “대선 출마와 관련된 입장을 밝힐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적당한 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답변은 모호했으나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국회 가지 말까요, 어떻게 할까요”라고 말하면서 미소를 짓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은 청와대의 특검 압수수색 거부와 특검 시한 연장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국회를 나가면서도 “적당한 때가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황 권한대행의 알쏭달쏭 발언이 나올 때마다 여러 억측이 나온다. 정치적 메시지를 암호처럼 전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들이 몰려들며 혼란한 상황이 연출되자 “문 조심하세요”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문(門)’이 아니라 ‘문(文·문재인 전 대표)’을 지칭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등장했다. 지난 6일에는 기자들에게 포위되자 “지금 길이 막혀 있어요”라고 말했다. 역시 권한대행이라는 위치 때문에 대선 가도에 나서기 힘들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근거 없는 얘기가 떠돌았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황 권한대행은 기자들이 앞길을 막자 “자, 갑시다, 갑시다”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대선 출마 의사를 난수표처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설이 제기됐다. 황 권한대행의 답변 변화를 보면 출마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의 답변들은 원론적인 얘기”라며 “기자들이 길을 막아 억지로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여권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이후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황 권한대행을 향해 “언론유희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뒤 “황 권한대행에게 적당한 때는 결코 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