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에만 집착하면 어느 순간 적당한 성과에 안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국내 노트북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LG전자 PC마케팅 담당자들의 표정에선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들은 노트북의 핵심 요소로 사용시간을 꼽았다. 이를 LG전자 노트북 ‘올데이 그램’에 적용했다. 무게는 1㎏ 안팎이다. 시장에선 실구매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PC마케팅팀 핵심 3인방을 만났다.
이동한 차장은 “노트북은 휴대성이 본질인데 본질에 충실하려면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는 데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실사용자의 데이터를 보니 배터리에 대한 니즈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콘센트를 들고 다니면서 충전하면 되는데 왜 배터리가 중요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확신을 갖고 개발실과 논의 끝에 ‘올데이 그램’을 출시했다. 곧이어 경쟁사에서도 배터리 수명을 강조한 제품을 내놨고, 긴 사용시간은 단번에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그램이 처음 출시된 2014년 노트북 업계의 화두는 무게였다. 가벼운 무게가 노트북 구매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됐다. 배터리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말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와 실제 사용할 때 느끼는 불만 중 가장 차이가 많은 부분이 배터리였다고 한다. LG전자는 여기에 착안해 1㎏ 내외의 초경량 노트북에 오래가는 배터리를 탑재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가볍지만 내구성은 오히려 더 강화시켰다. 조홍철 과장은 “지금 당장 노트북 위에 신발을 신고 올라가도 무리가 없다고 자신한다”며 “화면이 휘어지는 것도 딱딱하기만 하면 오히려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화면이 휘어지는 점 때문에 들어오는 AS는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LG전자는 ‘잘 나가는’ 그램을 과시하지 않고, 판매량도 구체적인 수치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실적보다는 소비자의 기대에 더 신경을 쓰자는 뜻이라고 한다. 조홍철 과장은 “많이 팔리는 데 집착하면 어느 시점에서 안도하게 된다”며 “경쟁사를 신경 썼다면 지금보다 더 가벼운 제품을 출시했을 텐데, 고객의 목소리를 중시한 결과 새로운 제품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백하늘 사원은 “앞으로도 과장하지 않고 고객들이 쉽게 제품의 장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하려 한다”며 “24시간 사용이 가져오는 변화된 경험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인터뷰] LG전자 PC마케팅팀 “노트북 트렌드, 우리 손 안에 있죠”
입력 2017-02-07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