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모래가 사라졌다. 남해안 바닷모래 채취 허가를 놓고 정부와 어민들 간 대립으로 모래채취가 중단되면서 부산·경남지역 레미콘 업계가 공장가동을 멈춰 건설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11일부터 14일까지 부산·경남지역 50여개 공장의 가동을 일제히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건설사에 대한 상도의를 지키려고 공장을 가동하려 해도 원료인 모래가 없어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모래파동 사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가동 중단은 더욱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지역은 통영에서 남쪽으로 70㎞ 떨어진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에서 생산되는 바닷모래를 써 왔지만 재허가를 앞두고 수산업계 반발로 지난달 중순 이후 채취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 한 해 동안 이곳에서 채취된 모래는 1167㎥에 달한다. 이는 부산·경남지역의 연간 모래 사용량(1만3000㎥)에 육박한다. 특히 부산은 이곳에서 채취되는 모래에 100%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심각하다.
서해에서 생산되는 모래를 사용하려고 해도 물량이 적을 뿐더러 값도 ㎥당 1만5000∼1만6000원에서 3만원 이상으로 배 이상 뛰어 공장을 가동하면 오히려 손해 보는 상황이다.
남해 바닷모래를 채취하려면 해양수산부가 국토교통부에 모래 채취에 동의하는 업무의견을 제출해야 하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개별 어민들이 아닌 수산업협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이 전면에 나서 모래 채취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과 한국수산업총연합회,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부산항발전협의회,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으로 구성된 ‘남해EEZ 모래채취 대책위원회’는 8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사전 배포한 성명서에서 “어장을 초토화 시키는 모래채취를 더 이상 용인 못한다”며 “바닷모래 채취 기간 연장 시 배를 띄워서라도 작업을 막는 등 해상시위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남해안 바닷모래 채취는 2008년 처음 시작된 이후 네 차례 기간이 연장돼 6200여만㎥의 모래가 채취됐고 최근 국토교통부가 이달 말까지로 임시 연장돼 있는 채취 기간을 한 차례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어민들의 반발이 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뾰족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레미콘업계 가동 중단 장기화로 인해 부산·경남지역 건설현장의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바닷모래 채취 중단… 부산·경남 건설현장 ‘非常’
입력 2017-02-07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