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8조 가치 SNS기업 ‘스냅챗’, 페이스북처럼 대박? 트위터처럼 시들?

입력 2017-02-08 05:02



에반 슈피겔 스냅 최고경영자(CEO)는 세상 모든 걸 가진 남자다. ‘금수저’로 태어나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사진·동영상 기반 메신저 ‘스냅챗’을 만들었고, 세계적인 슈퍼모델 미란다 커와 연인 관계다. 그는 올해 3월 스냅 기업공개(IPO)를 결정하면서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를 앞두고 있다.

스냅챗은 슈피겔, 바비 머피, 레지 브라운 등 스탠퍼드대 동창 3인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2010년 대학 내 남성 사교모임인 ‘카파 시그마’에서 만난 이들은 ‘피카부(Picaboo)’란 이름의 메신저를 만들었다. 하지만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알고 이름을 스냅챗으로 바꿔 2011년 9월 출시했다.

출시 초반 일간 활동 사용자는 1000명에 불과했지만 5년 후인 지난해 말 1억5800명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다른 메신저와 달리 사진과 동영상 중심이고, 다양한 필터를 넣어 사진을 꾸밀 수 있도록 했다. 또 24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자동 삭제돼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없다는 점도 성공요인이다.

18∼34세 미국인의 41%가 스냅챗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18∼24세 사용자는 하루에 20번 스냅챗을 이용하고 체류 시간도 30분에 달한다. 25세 이상이 12번 방문, 20분 체류하는 것에 비해 높다.

가파른 성장세 덕분에 스냅은 가장 전도유망한 IT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냅의 기업가치는 250억 달러로 평가된다. 슈피겔은 지분 21.8%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평가대로 상장되면 슈피겔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50억 달러를 훌쩍 넘기게 된다.

슈피겔은 변호사 출신 부모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어머니는 여성 최연소 하버드 로스쿨 졸업생이다. 아버지도 유명 로펌 임원이다. 슈피겔은 17세에 아버지에게 BMW 5시리즈를 사달라고 하고 매달 1992달러의 용돈을 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씀씀이가 컸다.

올해 26세인 슈피겔은 어린 나이에도 두둑한 배짱이 있다. 2012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회사를 30억 달러에 팔라고 제안했을 때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어 페이스북이 스냅챗과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자 “환영한다 페이스북”이라고 광고를 내기까지 했다. 그는 메신저를 만들었음에도 SNS는 일절 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슈피겔의 흔적을 찾으려면 연인인 미란다 커의 SNS를 팔로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스냅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2012년 상장 이후 세계 최대 SNS기업이 된 페이스북처럼 클 것이라는 전망과 2013년에 상장한 후 쇄락하고 있는 트위터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스냅은 이용자가 크게 늘고, 광고 사업에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지난해에 5억1460만 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