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피의사실을 보완하는 중요 증거가 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6일 안종범(58·수감 중)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을 이렇게 평가했다. 안 전 수석은 2014년 6월 수석 발탁 이후 2년여간 청와대 근무를 하면서 총 56권의 수첩을 작성했다. 보좌관에게 압수되지 않은 수첩의 폐기를 지시했지만, 보좌관은 이를 청와대 안에 보관하다가 특검에 넘겼다. 안 전 수석이 청와대 깊숙한 곳의 논의 사항을 사초(史草)처럼 기록한 수첩은 자신의 발목을 잡은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옥죄는 특검의 무기가 된 상황이다.
특검팀은 최근 안 전 수석의 직속 부하인 김모 보좌관에게 수첩 39권을 임의제출 받았다. 안 전 수석이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 구속되기 직전까지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 등 업무 내용을 빼곡히 적은 것이다. 그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압수수색을 당한 직후 김 보좌관에게 “나머지 수첩은 없애라”고 지시했지만, 김 보좌관은 이를 따르지 않고 청와대 자신의 사무실 책상 서랍에 넣어뒀다고 한다. 특검팀은 검찰이 확보한 수첩 외에 다량의 수첩이 존재한다는 첩보를 입수, 김 보좌관을 설득했다.
안 전 수석은 폐기된 것으로 알았던 수첩이 나타나자 당혹해하며 “왜 지시를 무시하고 쓸데없이 수첩을 갖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원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그의 집에서 수첩 6권을 압수했으며, 이후 김 보좌관으로부터 11권을 추가 제출받았다. 특검팀은 숨겨져 있던 나머지 39권도 확보해 안 전 수석이 작성한 수첩 56권을 시기별로 모두 손안에 넣게 됐다. 특검 관계자는 “수첩은 조작할 수도 없고, 자기가 기록한 걸 지울 수도 없다”며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인 안 전 수석이 퇴임 후 회고록 등을 쓰는 데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상세히 행적을 적었던 것이 덫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검팀은 수첩을 분석해 최순실씨가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개입해 사익을 챙기려 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 수첩 속에서 삼성 측의 뇌물공여 관련 단서를 수집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특검, 안종범 수첩 39권 추가 확보 ‘스모킹건’ 되나
입력 2017-02-0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