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와 트럼프 정부의 신보호주의 등으로 세계가 혼란스러운 이때 ‘하나님 나라 확장’이라는 사명을 가진 선교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서울 종로5가의 한 식당에서 지난 2일 만난 세계교회협의회(WCC)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CWME) 총무 금주섭 목사가 이같이 물었다. 금 총무는 CWME가 내년 3월 8일부터 13일까지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개최하는 세계선교대회를 알리고자 잠시 귀국했다.
전 세계 1200여명의 선교사들이 참석할 예정인 이번 선교대회는 ‘성령 안에서 선교: 변혁적 제자도로의 부르심’을 주제로 진행된다. 제자도란 예수님의 제자로서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이다. 금 총무는 주제의 키워드인 ‘변혁적 제자도’ 즉 세상을 변화시키는 제자도를 강조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그는 “브렉시트에서 알 수 있듯 영국은 극우화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인종차별과 성차별, 신보호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섰다”며 “현 국제정세는 교회로 하여금 제자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대 교회는 복음의 가치를 알리는 제자도의 의미를 잊지 말되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행태를 보이는 권력에 맞서 위정자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평화의 가치를 알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7개국 출신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은 히틀러의 인종차별 정책을 연상시킨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 총무는 “혐오와 차별, 갈등이 심화되는 지금의 국제정세가 한국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핵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에 강력한 응징을 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한국교회는 민간과 종교 차원에서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 것을 당면과제로 삼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는 히틀러에 대적하면서 자신을 희생하는 제자도의 개념을 강화했지만 이후 교회는 이를 고전으로만 취급하고 등한시했다”며 “때문에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그로 인한 부의 불균형, 무소불위 권력의 등장과 각종 차별이 일어났음에도 교회가 올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금 총무는 “전 세계 에큐메니컬(교회 일치와 연합) 운동의 출발점이 된 에든버러 선교대회처럼 이번 선교대회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기를, 특히 제자도의 의미가 회복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1910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제1회 선교대회는 선교지에서 교파별 경쟁이 심화되고 갈등과 분열이 야기되자 연합과 협력을 통해 이를 방지하고자 개최됐다. 에든버러 선교대회의 영향으로 국제선교사협의회(IMC)와 신앙과직제운동, 생활과일치운동 등이 출범했으며 1948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WCC가 창립됐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WCC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 총무 금주섭 목사 “혼란한 세계… 변혁적 제자도 회복해야”
입력 2017-02-07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