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립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는 노동자 31명이 종이 쇼핑백을 만들고 있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나이는 다양했지만 대부분 지적장애나 자폐 등을 가진 장애인이었다.
손놀림은 다소 투박했지만 이들은 맡은 일을 꼼꼼히 해냈다. 동료가 실수를 하면 서로 알려주며 보완하기도 했다. 여느 제조업 작업장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현장을 관리하는 최윤정 팀장은 “하나에 꽂히면 누구보다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어 물건을 허투루 만드는 법이 없다”며 “뭐든 반복 학습을 시키면 잘 해낸다”고 자랑했다.
모든 회사가 금천작업장처럼 장애인의 노동가치를 인정해주지는 않는다. 일하는 장애인 중에서는 아직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의 성과를 올려도 차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직원이 50여명인 서울의 한 제조업체에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일하고 있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각종 정책자금 대출이나 세제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이곳은 10년째 일한 숙련공도 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월급을 최저임금인 135만여원밖에 못 받는다. 비장애인은 1년만 근무해도 세전 250만원을 받는다. 한국장애인개발원 관계자는 “같은 작업장에서도 비장애인과 비교하면 장애인의 월급이 반토막에 불과한 작업장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근로자에게는 주말이나 휴일도 없다. 야근도 마다하지 않지만 수당은 꿈도 못 꾼다. 비장애인이 휴일에 쉬지 못하면 대체휴일이라도 받는 데 비하면 명백한 차별이다. 한 장애인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라는 시민단체에 이를 알렸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지적장애인의 경우 세탁작업장 등 몸을 쓰는 업체에서 주로 일하는데 이들은 터무니없이 적은 월급을 받고 무급으로 추가 근무를 해도 수당을 받지 못한다”며 “중증 장애인은 고용해줄 업체가 많지 않다 보니 그래도 참고 일할 수밖에 없어 개선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중증 장애인 노동자는 다른 장애인보다 한 번 더 차별을 받는다. 중증 장애인은 대부분 장애인 고용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한다. 지난해 5월 기준 1만6400여명이 일하고 있었다.
뇌병변장애가 심해 거동이 불편한 오모(31)씨는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이유로 5년간 3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은 적이 없다. 비정부기구(NGO)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는 오씨는 기초생활비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돈에 월급까지 합쳐도 생활비·병원비를 충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대다수의 일반 사업체는 그나마 최저임금은 보장하지만 직업재활시설에서는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는 곳도 많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직업재활시설 장애인의 월평균 임금은 52만8000원이다. 임금 분포도로 보면 장애인 10명 중 4명(38.5%)은 3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있었다.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있는 장애인은 13.4%에 불과했다.
사업주가 악덕 고용주라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허용이 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제7조는 장애인의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인정되면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했다. 고용부 인가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신청한 건수의 90% 이상은 인가를 받는다. 지난해 인가 건수는 1514건이었다.
고용 불안도 더 심하다. 지난 2015년 7월부터 서울시내 한 구립도서관에서 근무 중인 박모(32·뇌병변장애 2급)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하루에 4시간30분씩 일한다. 시간당 6470원의 최저임금을 보장받고 있지만 근무시간이 짧다 보니 한 달 월급은 60만원을 겨우 넘는다. 생계를 이어가기에는 빠듯하다.
그는 전일제 근무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6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계약직의 입장에서 그런 요구를 입 밖에 내기 어려웠다. 박씨는 지금껏 세 번 계약을 갱신했고, 마지막 계약은 올 6월에 만료된다. 고용계약이 또 갱신될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에 따르면 임금 근로자인 장애인 10명 중 6명(61%)은 박씨처럼 언제 일을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장애인이란 이유로… 10년차 숙련공도 달랑 최저임금만
입력 2017-02-0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