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회째를 맞은 미국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이 열린 6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의 NRG 스타디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3쿼터까지만 해도 애틀랜타 팰컨스에 9-28로 무기력하게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뉴잉글랜드의 베테랑 톰 브래디(40)의 손에서 반격이 시작됐다. 뉴잉글랜드는 슈퍼볼 51년 역사상 첫 연장전 돌입, 사상 최다 점수차 뒤집기라는 역사를 쓰며 통산 다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뉴잉글랜드 기적같은 대역전승
스포츠가 왜 한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인지를 보여주는 경기였다. 뉴잉글랜드는 1쿼터 애틀랜타와 0-0으로 맞섰지만 2쿼터 터치다운 3개를 내주며 무너졌다. 애틀랜타에 최대 25점차(3-28)까지 리드를 내줬다. 3쿼터엔 터치다운 이후 보너스킥을 놓치는 등 악재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뉴잉글랜드에는 현역 최고의 쿼터백 브래디가 있었다. 브래디의 노련한 지휘는 경기 후반 발휘됐고 마지막 13분 동안 25점을 몰아치며 종료 57초 전 28-28로 극적인 동점을 일궈냈다.
양 팀은 사상 첫 연장전에 돌입했다. 뉴잉글랜드는 연장전 선제 공격권을 얻었고 러닝백 제임스 화이트가 터치다운에 성공해 6점을 추가, 서든데스 규정에 따라 34대 28로 우승을 확정했다. 뉴잉글랜드는 NFL 역대 최다인 아홉 번째 슈퍼볼 무대에서 통산 5번째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반면 애틀랜타는 1966년 창단 이후 51년 만에 첫 우승 기회를 놓쳤다. 1998년 이후 두 번째로 슈퍼볼에 올랐지만 경기 막판 수비에 허점을 보이며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애틀랜타의 쿼터백 맷 라이언(31)은 2000년 이후 정규시즌 MVP가 슈퍼볼 우승에 실패하는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전날 라이언은 올 시즌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브래디, 각종 시련 극복하고 최고 스타 우뚝
브래디는 NFL 사상 최초로 5회 우승을 경험한 쿼터백이 됐다. 또한 역대 최다인 생애 4번째로 슈퍼볼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브래디의 포스트시즌 통산 전적은 25승 9패가 됐다. 브래디는 “훌륭한 팀 동료, 코치들과 함께여서 너무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정말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며 “이 우승 트로피를 보스턴으로 가져 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팀의 우승이 확정되자 감격의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그의 눈물에는 과거의 시련에 대한 회한이 담겨 있었다. 브래디는 2015년 1월 당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챔피언십 경기에서 공기압이 기준치보다 낮은 공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의 기압이 낮으면 쿼터백이 공을 잡기 편해져 패스하는데 유리하다. NFL 구델 커미셔너는 브래디와 18개월에 걸친 법적 다툼 끝에 4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브래디의 이름에는 속임수라는 꼬리표가 들러붙었다. 또 슈퍼볼을 앞두고는 자신의 트럼프 지지가 도마 위에 오르며 그와 가족들은 적지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反트럼프 무대 한가득
이번 슈퍼볼은 반(反)트럼프 무대로도 화제였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겨냥해 30초짜리 광고를 선보였다. 에어비앤비의 슈퍼볼 광고는 “우리는 받아들인다(#WeAccept)”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미국의 다인종·다문화를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카콜라도 히잡을 쓴 무슬림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서로 언어로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 노래를 부르는 예전 슈퍼볼 광고를 다시 선보였다.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해온 팝스타 레이디 가가(31)는 이날 경기 2쿼터가 끝난 뒤 하프타임 쇼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가가는 스타디움 옥상에서 “하느님의 가호로 모두를 위한 자유가 정의가 있는, 결코 나눠질 수 없는 단일 국가”라는 국기에 대한 맹세 구절을 외친 뒤 와이어를 타고 무대로 내려왔다.
평소 뉴잉글랜드의 팬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패트리어츠의 재기이자 놀라운 승리였다”고 축하메시지를 남겼다. 선거기간 자신을 지지한 브래디와 벨리칙 감독에게는 ‘승자’라고 추켜세웠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연장 대역전 터치다운… 슈퍼볼 슈퍼맨 브래디
입력 2017-02-06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