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백신 맞았는데 왜?… ‘물 백신’ 논란

입력 2017-02-06 17:39
지난 5일 충북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의 한 젖소농장에서 올 들어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가운데 방역 당국이 6일 해당 축사 옆 논에서 도살된 소를 굴착기로 매몰(붉은 타원)하고 있다. 뉴시스

농림축산식품부는 6일 충북 보은군 젖소농장의 구제역 확진 판정 관련 브리핑에서 “구제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처럼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 젖소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7가지 바이러스 유형 가운데 ‘O형 타입’이다. AI와 달리 전국 소·돼지 농가엔 구제역 백신 접종이 완료된 상태다.

그러나 이날 오후 전북 정읍의 한우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농식품부는 부랴부랴 전국적으로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동했지만 구제역이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소와 돼지의 평균 구제역 항체 형성률이 각각 97.5%, 75.7%라고 밝혔다. 2010년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 348만 마리를 살처분한 이후 백신 접종은 의무화됐다.

하지만 이번에 확진 판정을 받은 보은군 젖소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2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처분하면서 임의로 20마리의 항체 형성 여부를 검사했더니 4∼5마리에만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농가는 지난해 10월 15일 백신 접종을 한 기록이 있다”면서 “백신 접종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역학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백신 효력’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보은과 멀리 떨어진 정읍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되면서 ‘물백신’ 논란이 일고 있다. 2010년 최악의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일부 수입 백신은 효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었다. 당시 돼지 기준으로 항체 형성률은 26%에 불과했었다.

방역 당국은 다른 농장에서도 백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긴급 추가 백신 접종을 보은 지역부터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다만 백신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1주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구제역이 확산될 가능성은 높다.

구제역이 젖소농장으로 번질 경우 시중에 유통되는 우유에 대한 불안감도 커질 수 있다. 농식품부는 첫 확진 농가인 보은 젖소농장에서 생산된 우유를 전량 폐기했지만 신고일(5일) 이전에 생산된 우유는 이미 시중에 유통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은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니고, 우유는 시중에 유통될 때 살균 처리되기 때문에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