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략실 해체·전경련 탈퇴… 쇄신 서두르는 삼성

입력 2017-02-06 18:42 수정 2017-02-06 20:56
삼성이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탈퇴 등 이재용 부회장이 약속한 쇄신안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6일 “약속한 대로 미래전략실은 해체한다”면서 “특검의 수사가 끝나는 대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미 해체 작업을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체 발표 시점은 4월 안팎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에 하지 못한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과 맞물려 고려할 게 많기 때문이다. 미전실은 임원만 100명 넘는 대규모 조직이다. 미전실 소속 임직원이 원래 있던 계열사로 돌아가려면 계열사마다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미전실 해체는 그룹 전체 인사와 조직 개편에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최근 삼성 내부는 특검 수사뿐 아니라 미전실 해체에 따른 인사 및 조직개편 여부로 적잖이 술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미전실 해체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전실이 없어지면 계열사 간 중복되는 업무를 조정하거나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져 적잖은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예전부터 공식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서 “그룹 전반의 일도 미전실을 통하기보다 직접 다니면서 챙기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경련에 탈퇴원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전경련에 회비 납부를 하지 않았던 삼성전자는 이로써 전경련과 관계를 공식적으로 끊게 됐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 계열사들도 탈퇴원을 냈다. 나머지 계열사도 전경련 탈퇴 수순을 밟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의견을 취합한 후 탈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탈퇴를 공식화함에 따라 다른 대기업의 전경련 이탈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올해부터 회비 납부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탈퇴원만 제출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탈퇴한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탈퇴 여부가) 아직 내부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CJ그룹도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반면 롯데그룹은 전경련 탈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LG는 지난해 12월 전경련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전경련 전체 연간회비 492억원(2015년 기준) 중 70%가량을 부담하고 있다. 4대 그룹이 빠진 상황에서 전경련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건 불가능하다.

때문에 전경련이 사실상 해체 수순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경련은 쇄신안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대기업 경영진이 회장직을 고사하면서 외부 인사 수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전경련에 대한 따가운 시선 탓에 제안받은 인사들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중심에 선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쇄신안을 주도하는 것도 논란이다. 전경련은 2월 중순 이사회를 열고 2월 말 총회를 거쳐 새 회장과 쇄신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김준엽 허경구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