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은 얼마나 건강해졌을까. 과학기술과 위생관념이 발달하면서 국민 평균 건강은 지속해서 나아지고 있지만, 소득과 지역에 따른 건강 격차는 오히려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20) 17개 대표 지표의 추이를 분석해 6일 발표했다.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5개년 계획으로, 지난해부터 4차 계획이 진행 중이다.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소득 4분위 중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성인 남성의 고혈압·당뇨병·비만 유병률은 소득이 가장 높은 상위 남성보다 각각 15.5% 포인트, 38.1% 포인트, 9.6% 포인트 높았다. 당뇨병은 그 격차가 줄었으나 고혈압과 비만 유병률은 2008년에 비해 각각 2.0% 포인트, 18.1% 포인트 늘었다.
흡연율과 한 번에 7잔(여성 5잔) 이상의 술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고위험 음주율에서도 그해 성인 남성의 상하위 소득 간 격차는 각각 20.2% 포인트, 0.8% 포인트 발생했다. 2008년에 비해서는 격차가 줄었지만 여전히 소득 하위 성인 남성은 상대적으로 많은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저소득 여성에게서 고위험 음주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저소득 여성은 고소득 여성보다 음주율이 146.0% 포인트 높았다. 읍·면 지역 거주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 역시 도시의 동(洞) 거주자보다 66.7% 포인트 높았다. 2008년과 비교해 모두 70% 포인트 이상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국민의 전반적인 건강 수준은 개선됐다. 암 사망률, 건강검진 수검률, 당뇨병 유병률, 손상 사망률, 모성사망비, 영아 사망률, 노인 일상생활수행능력(ADL) 장애율 등 7개 지표는 2020년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성인과 중·고등학교 남성의 현재 흡연율, 성인 남녀 음주자의 고위험 음주율, 건강식생활실천 인구비율, 아동·청소년(영구치) 치아우식 경험률 등 6개 지표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고혈압 유병률, 성인 남녀 비만 유병률, 자살 사망률, 신고 결핵 신환자율 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건강 수준 비교 결과 OECD 평균보다 양호한 지표는 여성 흡연율 등 전체 11개 중 6개로 나타났다. OECD보다 낮은 지표는 15세 이상 매일 흡연자 비율, 자살 사망률, 결핵 발생률, 모성사망비, 충치 경험 영구치 지수 등 5개였다. 특히 자살 사망률은 2013년 인구 10만명당 28.7명, 결핵 발생률은 2014년 인구 10만명당 86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또 15세 이상 남성의 매일 흡연자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으나 여성 흡연자 비율은 가장 낮았다.
개발원은 “HP2020의 성과지표 중 하락지표나 건강 격차가 벌어지는 지표의 경우 원인과 정책 분석으로 개선 전략이 필요하다”며 “연구를 토대로 국민 건강 수준 제고를 위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국민 건강, 소득·지역따라 격차 더 커졌다
입력 2017-02-06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