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의 학제개편 제안, 적극적인 검토 필요하다

입력 2017-02-06 17:33
모두가 그 폐해를 알고 있지만 아무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이것을 개혁하겠다고 말하는데, 해법은 공무원의 탁상행정 수준에 머물기 일쑤다. 이런 문제를 대표하는 두 가지는 학벌주의와 사교육일 것이다. 어떤 학교를 나왔느냐와 무관하게 실력으로 평가하는 세상, 비싼 돈 들여 학원 다닐 시간에 아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자며 정권마다 내놓은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그 결과 대다수 청년의 꿈은 공무원이 됐고, 그런 사회가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다. 아이들이 학벌의 굴레를 벗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사교육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엉뚱한 일을 해볼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6일 국회 연설에서 제시한 학제개편안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안 전 대표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의 기존 6-3-3 학제를 유치원 2년, 초등 5년, 중학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의 2-5-5-2 체제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개편안의 외형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는 두 가지다. 만 3세부터 2년간 유치원에 다니게 한다는 건 그 시기의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뜻이다. 어린이집 비용을 놓고 보육이냐 교육이냐, 전업주부냐 맞벌이냐를 따지던 기존 논란을 종식해 어쨌든 3세 이후는 공교육의 범주에 포함시키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기존에는 대입 수험 준비를 해야 했던 기간에 ‘진로탐색’ 시기를 두는 것 역시 우리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실험적인 발상이다. 대학에 가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고, 또 그래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유럽 경제를 주도하는 독일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정책으로 보인다. 모든 학생이 대학 졸업장을 목표로 초·중·고 12년을 보내는 획일적 방식을 바꿀 수만 있다면 독일이 아닌 어떤 나라라도 참고할 가치가 있다.

학벌주의와 사교육의 병폐는 기업의 임금체계를 비롯한 사회구조에 기인한다. 실력에 따라 평가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대학 간판의 위력이 줄어들고, 그것을 위해 발버둥치는 사교육이 잦아들 수 있다. 그런 구조는 입사원서의 학력 칸을 없애도 바뀌지 않을 만큼 견고하다는 걸 우리는 이미 확인했다. 안 전 대표는 이를 밑에서부터 거꾸로 바꾸자고 말한 것이다. 학제개편을 통해 이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학벌과 기득권의 구조를 흔들어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는 국회 연설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그것을 준비하는 핵심이 교육이고 교육의 혁명적 변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의 땅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구상이 먹혀들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런 얘기를 하는 후보는 더 많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