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세정] 학교 밖 청소년에 더 지원을

입력 2017-02-06 17:32

4년 전 수원중앙침례교회 교인들이 뜻을 모아 에이치넷 플러스(H-Net Plus)라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비영리민간단체를 설립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은 풀뿌리운동(bottom-up)에서 시작됐다. 계속 늘어나는 학교중단 학생들을 방치할 수 없어 교회나 민간단체가 자발적으로 돌봄사업을 시작했다. 이것이 씨앗이 돼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조례를 제정하기 시작했다. 이어 2014년 5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은 과거에 비해 사회적 관심과 지원정책이 확대되고 있지만 장애인, 노인 등 다른 계층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생활하고 쉴 수 있는 쉼터를 늘리는 일이다. 경기도에는 28곳의 쉼터가 있는데 정원은 360명에 불과하다. 2015년의 경우 학업중단 학생이 1만5000여명인 것을 감안한다면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 아예 없는 곳이 16개에 달한다. 전국 단위로 확대해서 보면 얼마나 취약한 지 알 수 있는 수치다. 학교를 나와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은 대부분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범죄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먹을 것과 머무를 곳을 제공하는 것은 이들을 탈선과 비행의 유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현행 제도는 쉼터운영비를 국가, 광역단체, 기초단체가 공동 부담토록 돼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기초단체장의 추진 의지가 있어야 한다.

둘째, 미인가 대안학교를 등록제 실시 등을 통해 공적 영역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도내에 110여곳의 비인가 대안학교(인가 대안학교는 7곳)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안학교들은 재정지원 없이 통제와 간섭만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등록제를 원치 않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비인가 대안학교가 만성적 재정난을 겪고 있어 적정한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셋째는 홈스쿨링의 제도화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공교육 시스템은 이미 많은 부작용을 드러냈다. 성적 위주의 교육방식도 문제이거니와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등으로 인해 부모는 자녀들의 학교생활을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내용을 기계적으로 주입하는 현재의 공급자 중심의 교육방식은 무한한 상상과 창의를 중시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학교와 학원 교육만 있을 뿐 가정교육은 거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로 인해 부모·자녀 간 소통의 부재와 인성 결함의 문제가 발생한다. 유대인들이 지금도 인류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철저한 가정교육에 기인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녀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부모가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는 홈스쿨링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 파주시 주관 ‘학교 밖 청소년 인턴제’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청소년들에게서는 노동을 통해 ‘자신이 유용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자부심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런 상황이 못된다. 낙오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문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부딪혀 좌절할 때도 많다. 2015년 방한한 조세핀 본 유니세프 교육차장은 “한국의 미래가 밝아지려면 학교 밖 아이 한 명도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현재 전국에 학교 밖 청소년이 28만명에 달하고 해마다 5만명가량 학업을 중단한다. 이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에 따라 우리나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이세정 前 경기도 복지여성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