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공연계, 시즌 패키지 티켓 판매 왜 열 올리나

입력 2017-02-06 18:39 수정 2017-02-06 21:06
국립극장의 2016∼2017 레퍼토리 시즌 패키지 티켓 판매를 알리는 포스터. 국립극장 제공

Q : 최근 국내 공연계의 내로라하는 극장이나 예술단체들이 ‘시즌 패키지 티켓’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품을 여러 개 묶어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시즌 패키지 티켓이 공연계에서 인기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A : 시즌 패키지 티켓은 원래 유럽 오페라극장들이 신작이나 스타가 나오지 않는 작품을 ‘끼워팔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시즌 내내 스타가 출연하는 유명 작품만 공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할인된 가격으로 좋은 좌석을 미리 확보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물론 신작의 경우 완성도를 담보하지 않지만 권위있는 극장일수록 실패 확률이 낮기 때문에 충성도가 높다. 극장이나 단체는 광고 및 마케팅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크다. 또 충성도 높은 관객 덕분에 도전적인 프로그래밍에 적극 나설 수도 있다. 결국 관객과 극장 모두 ‘윈윈’인 셈이다.

운영 방식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다. 영미권 극장은 회비의 차이에 따른 회원 등급제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사전예약과 할인혜택을 준다. 이에 비해 유럽 극장은 회비에 따른 차별 없이 시즌 패키지 티켓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을 준다.

한국에선 대부분 유럽 극장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2000년 이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정착시킨 LG아트센터의 역할이 크다. LG아트센터는 프랑스 파리 테아트르 드라빌(파리 시립극장)의 시스템을 많이 참조했다고 한다.

LG아트센터는 개관 첫 해 네 종류의 패키지 티켓을 구성해 780매(245세트)를 판매했다. 이후 극장 인지도가 높아지고 패키지 종류도 증가하면서 2005년에는 약 2500매가 팔렸고, 2006년에는 관객이 스스로 패키지를 구성하되 많이 살수록 할인율을 높인 ‘자유 패키지’의 도입으로 약 5000매가 팔리는 등 판매량이 꾸준히 늘었다. 그리고 지난해 기획공연을 모두 구매하면 50%를 할인해주는 ‘궁극의 패키지’ 도입 이후 7200매가 판매됐는데, 전체 기획공연 티켓 박스의 20%나 됐다. LG아트센터는 올해의 경우 지난달 10일 판매를 시작해 3주도 안돼 20%를 넘긴 만큼 점유율이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아트센터에 이어 시즌 패키지 티켓을 정착시킨 곳은 서울시향이다. 2007년 일부 기획공연에 대해 패키지 판매를 실시한 서울시향은 2010년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로 시즌 패키지 제도를 도입했다. 한때 60%에 육박했던 서울시향의 시즌 패키지 티켓은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퇴임, 공연 횟수의 증가 등으로 전체 티켓 박스의 40%대로 떨어졌다.

이외에 국립극장과 세종문화회관이 각각 2012년과 지난해부터 시즌 패키지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시즌 패키지 티켓 판매의 전제조건인 연간 프로그램을 미리 구성하는 시즌제를 도입한데다 극장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다. 두 극장 모두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아직 전체 티켓 박스 안에서 의미있는 수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유럽의 유명 공연장은 최근 시즌 패키지 티켓 판매를 낮추기 위해 판매 기간을 제한하고, 작품의 공연 횟수를 늘리고 있다. 시즌 패키지 티켓을 구입한 관객이 너무 많아서 신규 관객이 티켓을 살 기회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테아트르 드라빌의 경우 80%에 육박하던 시즌 패키지 티켓 판매를 60%까지 줄이는 대신 신규 관객 유입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