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고난에 대하여

입력 2017-02-07 00:05

오랫동안 제게 힘겨운 고난이 이어졌습니다. 뭐가 보이는 것 같아 이제 끝이다 싶으면 그것은 또 다른 사막의 입구였습니다. 이 고난이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를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으로부터 난 것인지 아니면 사탄에게서 난 것인지 알아야 했습니다. 사탄이 막아선 것이면 여호수아처럼, 갈렙처럼 넘어설 것입니다. 욥기를 읽었습니다. 욥을 보며 위로를 받다가 욥의 시험이 어디서 온 것인지를 또 알고 싶어졌습니다. 욥의 고난을 사탄이 준 것인지, 하나님이 주신 것인지. 아무리 들여다봐도 하나님의 허락을 받고 사탄이 준 것이었습니다.

‘욥이 시험에서 이기면 하나님이 훈련시키느라고 고난을 주신 것이고 욥이 시험에 지면 사탄이 멸망시키기 위해 유혹에 던져진 것’이라는 결과적 해석은 나를 더욱 곤고하게 했습니다. 인생이 하나님과 사탄의 힘겨루기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욥처럼 어떤 고난 앞에서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욥이 처음에는 고난 가운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있지만 고난은 더욱 심화되고 지속됐습니다. 자신의 의로움마저 친구들로부터 비난 받자 극심한 고통 속에서 욥은 자기가 태어난 날을 저주했습니다. 하나님은 나를 과녁으로 삼아 활 쏘는 연습을 한다고까지 했습니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을 텐데 죽지도 못하게 하신다고 원망합니다.

신비로운 것은 욥기 마지막 42장에 보면 하나님은 우회적으로 욥의 편을 드시고 하나님 편에 서서 정의로운 말만 했던 욥의 친구들을 정죄하셨습니다. 고난 속에서 하나님을 원망해도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것은 이해의 차원을 넘어서는 말씀입니다. 욥과 하나님의 관계라는 차원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은혜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욥을 사지에 내놓고 ‘나를 원망하나 안 하나’를 지켜보면서 한마디만 원망하면 사탄에게 내어줄 모양으로 이 시험을 하신 게 아니었습니다. 욥이 하나님을 믿었다기 보다는 하나님이 욥을 믿은 것입니다. 욥을 자신 있게 여기시는 하나님이 보였습니다.

“얘는 어디에다 내 놔도 내 이름을 높이는 나의 사람”이라는 뿌듯해 하심. 이 자랑스러워하심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보증하는 사람은 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처음부터 이겨놓고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욥의 믿음이 온전해서가 아니라 욥을 향한 하나님의 믿음이 온전해서 이긴 것이었습니다.

욥이라는 사람이 어느 정도 해석되면서 저의 방황도 끝났습니다. 제가 바라는 일이 이뤄져서 방황이 끝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믿고 계신다’는 믿음이 제 방황을 끝냈습니다. 제가 결국 이길 사람이라는 하나님의 자신감이 저를 고난에서 건져줬습니다. 제 믿음은 부족하지만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믿음은 온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를 응원하십니다. “얘야, 너는 끝에 가서 결국은 이기게 되어 있다. 힘내라. 난 너에게 자신 있다. 난 너를 지킬 자신이 있고 너를 이기게 할 자신이 있고 너를 축복할 자신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자비하신 하나님의 눈빛이 느껴집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향해서 이렇게 자신만만해 하시는데 우리가 세상에 대해 두려워 할 이유는 없습니다.

김주한 목사 <의정부 한지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