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추위·학대에 떠는 유기동물, 구할 묘책은 없나

입력 2017-02-06 05:01

버려진 동물들이 맹추위와 그보다 더 냉혹한 학대에 수난의 계절을 맞고 있다.

지난달 11일 충북 제천 대학가 근처 카페 앞에서 길고양이가 숨진 사건이 신호탄이 됐다. 학생들이 ‘아띠’라고 이름 붙여주며 돌봤던 이 고양이의 사체 옆에는 주먹만한 돌멩이가 있었다. 카페 주인은 “동물 혐오자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일주일 뒤에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 주택가에서 새끼고양이 ‘얼룩이’가 피를 토한 채 숨졌다. 지난달 31일에는 길고양이를 철창에 가두고 쇠꼬챙이로 찌르는 학대 영상이 SNS에서 확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지자체나 동물보호단체에서 버려진 동물을 구조·관리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5년 동안 버려진 반려동물은 총 45만5948마리에 이른다. 이 중 새 주인을 만나 분양되는 비율(28.8%)은 자연사나 안락사되는 비율인 46%에 훨씬 못 미친다. 유기동물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다. 이들을 구하고 보호하는 데 매년 약 100억원이 든다.

동물 유기를 사전에 막기 위한 ‘사육포기동물 인수·보호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반려동물 소유자가 일정 비용을 부담하고 지자체에 동물을 맡기도록 해 유기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보호하면서 입양 기증 분양 등을 진행할 수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 관계자는 “장기입원이나 이민 같은 불가피한 사유로 사육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 동물을 유기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지자체가 책임을 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동물복지 지원센터(가칭) 설립을 추진하겠다면서 인수보호제 도입 의사를 밝혔다. 해외에서는 인수보호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돼 있다. 예컨대 일본 도쿄도청이나 미국 뉴욕주는 동물을 인수·관리하는 센터를 운영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반려동물을 합법적으로 버리는 풍토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관계자는 “이 제도는 양날의 칼”이라며 “혼자 반려동물을 키우던 노인이 돌아가신다거나 하는 긴급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단순히 더 이상 키우기 싫다는 이유로 넘기려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들을 입양한 지 1년여 된 견주 이모(25·여)씨도 “피치 못할 사정은 누구에게나 생긴다”며 “강아지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카라’ 관계자는 “반려동물 주인이 갑자기 사망하거나 중증질환으로 요양원에 들어가는 등 위급한 상황 기준을 엄격히 설정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예산과 자원 내에서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자의 책임의식이 유기예방대책보다 앞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강지훈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우선 반려동물 보호자의 책임의식이 성숙해야 한다”며 “국가가 책임지는 건 그 다음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미 운영 중인 제도부터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황철용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반려동물 등록제가 있으나 유명무실한 상황이라 등록제부터 잘 관리해야 한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보호자의 책임의식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글=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