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美고용 찔끔 효과 그칠 것” “경제 체질 바꾸는 계기로”

입력 2017-02-06 05:00

“생큐 삼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트위터에 ‘삼성이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는 기사 링크와 함께 달아놓은 글이다. 트럼프의 선수(先手)에 입장이 난처해진 삼성은 “‘관세 위협’으로 미국에 가전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고려대 강성진 경제학과 교수는 5일 “(삼성은) 의도를 보여준 것일 뿐 실행까지는 수년이 걸린다”며 “트럼프도 이런 점을 감안해 미리 선수를 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한국기업 압박이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 전문가들은 삼성이나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 설립을 고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공통된 반응을 내놨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란 큰 시장을 잃어버릴 수는 없으니 보여줄 게 필요하다”면서 “무역 이슈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부문장도 “미국 정부의 무리수”라면서도 “시장이 큰 나라들이 그런 식으로 떼를 쓰는 걸 완전히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리쇼어링(reshoring·생산시설 회귀) 정책의 정책적 효과에는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 서울대 안동현 경제학부 교수는 “(리쇼어링 정책을) 트럼프가 정치적 이슈로 몰아가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실제 파이낸셜뉴스 마틴 울프 기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리쇼어링 정책을 쓰더라도 실질적 고용 유발은 2∼3% 이상 높이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의 공장 설립=일자리 증가’라는 단순 구도로 트럼프 정책을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기업에 대한 압박이 단순한 일자리 창출 이상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얘기다.

대외경제연구소 무역통상본부 정철 본부장은 “공장 자체만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가 있겠지만 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이 한국 경제엔 직·간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안 교수는 “미국에서 일자리 10만개를 만드는 것과 우리나라에서 10만개를 만드는 것은 무게감이 틀리다”며 “인구가 적은 한국이 타격을 입을 것은 자명하다”고 했다.

산업 공동화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산업 전체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부품 등 산업별 부분 공동화는 올 수 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신 부문장은 “완성재는 미국에서 생산하고 부품이나 소재는 한국에서 생산할 수 있다”며 “문제는 트럼프가 부품도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강요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리쇼어링이 산업 공동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KDI 이시욱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실증 분석을 해보면 국제무역이 산업 공동화에 미치는 영향이 무조건 부정적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근거로 제시한 것은 한국기업이 중국에 중간재 수출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수출이나 매출은 물론 고용까지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참에 일자리 창출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바꾸는 등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자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대 안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조업 자체는 고용 유발률을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KDI 이 교수도 “고용 창출의 대부분은 서비스업에서 나온다. 서비스업이 1% 증가하면 고용이 0.7% 늘어난다”고 했다.

기업 환경을 좋게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는 상황을 더 고민해야 할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연대 성 교수는 “기업 환경이 열악해서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들 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것은 무역분쟁 이슈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 수요처 때문에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대외경제연구소 정 본부장도 “기업이 경영하기 쉽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 유턴기업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세종=서윤경 신준섭 유성열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