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가정이 ‘깨진’ 아이들 미래는 흔들리지 않게 꿈이루는 길 가르쳐야”

입력 2017-02-06 00:00
강훈 목사가 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금계초등학교 인근 분식점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에서 주 메뉴인 ‘흔들어 떡볶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고양=강민석 선임기자
‘흔들어 떡볶이’ 재료(왼쪽)와 섞은 모습. 고양=강민석 선임기자
3일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금계초등학교 인근 분식점. 가게 이름이 재미있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떡볶이 가게인데 메뉴도 특이했다. ‘흔들어 떡볶이’ ‘흔들어 라볶이’.

가게는 23㎡(7평) 넓이에 2인용 테이블 다섯 개가 있는 규모였다. 테이블 위엔 수저통과 냅킨이 정돈돼 있었고 구석엔 정수기가 서 있었다. 스피커에선 빅뱅의 ‘에라 모르겠다’가 흘러 나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의 사장이 주방에서 나오며 “어서 오세요”하고 인사했다. ‘예배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로 알려져 있는 찬양 사역자 강훈(43) 목사였다. 지난해 9월 가게를 오픈했다고 했다.

강 목사는 이름난 프로듀서다. 2002년 힙합 CCM 앨범인 ‘비트 CCM’을 프로듀싱해 교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2003년 힙합팀 ‘바이러스’를 결성해 12년간 이끌었다. SBS ‘스타킹’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의 1집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손양원 목사 헌정음반도 만들었다.

그런 그가 떡볶이 집을 낸 것은 깨진 가정의 아이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출청소년들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초 거리의 이들을 먹이기 위해 ‘푸드트럭’을 운영했지만 트럭 세워둘 공간이 없어 중단해야만 했다. 몇 개월을 쉬다 할 수 없이 점포를 얻었다.

강 목사는 바이러스 팀과 함께 고아원과 청소년쉼터를 방문하며 아이들을 격려하는 등 오랫동안 깨진 가정의 아이들을 도와왔다. 입학과 자퇴, 재입학 등 험난한 과정을 거쳐 대전 침신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010년 목사 안수를 받은 뒤 아이들에게 멘토를 연결해 꿈을 심어주는 ‘멘토브릿지’사역을 시작했다.

“미용사부터 변호사까지 다양한 직군의 멘토와 연결해줬어요. 그런데 가정이 깨진 아이들은 그런 꿈조차 꿀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장사뿐이더라고요.”

분식점을 오픈한 것은 이 아이들에게 장사를 가르치고 싶어서였다. 일종의 창업모델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장사가 잘되면 아르바이트로 채용해 일자리를 줄 수도 있다. 주 메뉴를 떡볶이로 고른 것도 아이들 입장에서 가장 친근한 간식이었기 때문이다.

강 목사가 가정이 깨진 청소년들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 역시 어릴 때 같은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 문제로 어머니가 집을 나갔어요. 이후 엄마가 10번 바뀌었죠. 그로 인해 방황하고 가출하고 한때는 고아원에서 지내기도 했어요. 감사하게도 저를 거둬서 키워주신 할머니 덕분에 신앙을 갖게 돼 이렇게 목사가 됐고요.”

가게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나면서 열매도 맺히고 있다. 최근 충남 온양에 2호점인 ‘온양시장점’을 냈다. 지역 청년들의 창업과 다문화가정 지원에 관심 있는 지인이 시작했다. 의정부 청소년쉼터는 쉼터 아이들의 사회적 적응을 돕기 위해 곧 3호점을 내기로 했다. 쉼터의 한 청소년이 “목사님에게서 떡볶이 장사를 배우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올해 목표는 10호점 오픈이다. 5호점까지는 이미 계획돼 있다. 중장기 목표는 청소년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막상 아이들이 오면 밥 먹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이전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아이들을 제대로 도우려면 지원센터가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어요.”

‘흔들어 떡볶이’는 떡과 양념 넣은 병을 흔들어 섞어 먹는 떡볶이다. 오랜 자취생활 동안 요리를 즐겨 하던 그가 직접 개발했다. 불에 끓여 먹는 떡볶이에 비해 덜 짜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좋은 건강식이다. 강 목사는 흔들어 조리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도 출원중이라고 귀띔했다. 이때 표정은 영락없는 분식점 주인이었다.

고양=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