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차 촛불집회, 42만여명이 ‘탄핵’ 외쳤다

입력 2017-02-05 18:08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선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최순실씨의 특검 출석 당시 “염병하네”라고 외친 청소노동자 임모씨가 광화문광장 연단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한 여성이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대한문 집회에 유모차를 끌고 참석해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모습.뉴시스

설 연휴 동안 숨을 고른 시민들이 촛불집회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다시 모였다. 탄핵 반대 단체는 유모차와 성조기를 앞세워 맞불을 지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열린 14차 주말 촛불집회에 전국에서 42만여명에 이르는 시민이 “2월 탄핵”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퇴”를 외쳤다고 밝혔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혐의내용을 전면 부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터뷰와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가 촛불 민심에 불을 지폈다”고 분석했다.

퇴진행동은 본집회가 열리기 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사전집회를 열고 이 부회장을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전국 대학 법학과 교수 139명은 특검이 이 부회장 구속 영장을 재청구하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이어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은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와대가 거부한 건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특검에 소환되는 최순실씨를 향해 ‘염병하네’라고 소리친 청소노동자 임모(65)씨는 무대에 올라 “특검 건물을 청소하며 죄를 지은 사람이 더 잘 살고 큰소리치는 현실이란 걸 알았다.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집회에 이어 행진을 시작한 시민들은 청와대와 헌재, 총리공관 등 세 갈래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헌재로 향하던 이만재(54)씨는 “헌재가 빨리 탄핵 인용을 결정해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로 가던 설진숙(40·여)씨는 “박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잘못한 게 없다고 말했는데 막상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유모차와 성조기를 앞세운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등 탄핵 반대 단체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11차 태극기 집회’를 열고 “탄핵 반대”를 외쳤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시민 2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연단에 오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태극기의 물결로 어려움에 빠진 대통령과 이 나라를 꼭 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광용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대표는 “나와주세요 대통령님”을 외치며 눈물까지 흘렸다. 탄기국이 ‘사상 최대의 유모차 부대’라고 이름 붙인 유모차 10여대도 등장했다. 아이들을 태운 유모차에는 ‘탄핵은 조작된 것’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덮여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임지나(40·여)씨는 “유모차를 끌고 탄핵반대 집회에 나오면 15만원을 준다는 말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려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성조기를 든 참여자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임한숙(69·여)씨는 “우리가 미국 없이 살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한·미동맹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 성조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