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리산 등지에서 구상나무가 집단 고사하는 이유가 겨울철 이상고온과 봄 가뭄, 태풍 등 영향이라고 지목했다. 구상나무는 지리산 한라산 덕유산 등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우리 고유종으로 수려한 외형 때문에 외국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애용되고 있다. 최근 주요 자생지역에서 집단 고사 현상이 확인돼 멸종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2015년부터 구상나무 82그루의 나이테를 분석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나이테는 나무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연속적인 생육 정보를 담고 있는 블랙박스다. 기후가 좋아 나무가 잘 자란 시기는 나이테 간격이 넓고 밝은색을 띠고 재질도 부드럽다.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은 죽은 구상나무에 구멍을 뚫어 채취한 나이테 정보와 기상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진은 구상나무 집단 고사 현상을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말라죽는 유형과 태풍 등 단시간에 죽는 유형으로 구분했다. 서서히 죽는 유형은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구상나무는 겨울∼봄 기간 수분 부족 현상을 겪고 있었다. 눈은 보온 효과가 있어 겨울철에 뿌리를 보호해주고 서서히 녹으며 수분을 공급해준다. 최근 눈이 적게 내리고 겨울철 이상기온으로 빨리 녹아버려 봄철 수분 공급이 심화됐다. 해마다 이어지는 봄 가뭄도 수분 부족 현상을 가속화했다.
건강한 나무와 별 차이 없이 잘 자라다 갑자기 생육이 중단돼 죽은 구상나무들은 태풍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죽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지리산 등 구상나무 집단 고사는 “겨울 이상고온·태풍 등 영향 때문”
입력 2017-02-05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