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는 작가가 되는 게 하늘의 별따기입네다. 그런데 이렇게 남한에 와서 소설을 쓰고 있다니….”
작가 윤양길(70)씨가 불콰해진 얼굴로 말했다. 양강도 출신의 그는 20대 시절 가슴 뜨거운 ‘문학청년’이었다. 북한 문단에서 최고 대우를 받던 소설가 이기영(1895∼1984)에게 편지를 보내 작가가 되는 방법을 물었던 그는 2012년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이후에야 소원을 풀었다. ‘망명북한작가PEN문학’ 2013년 창간호에 용기를 내 투고한 작품이 덜컥 당선된 것이다.
그를 비롯해 이지명 도명학 김정애 곽문안 설송아 등 탈북 작가, 이경자 박덕규 이대환 유영갑 이성아 정길연 방민호 등 한국 작가가 함께 공동 소설집 ‘금덩이 이야기’(예옥 출판사·표지)를 냈다. 지난 2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조촐한 출간기념회가 열렸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후원한 이 책은 지난해 ‘국경을 넘는 그림자’ 이후 두 번째로 13명의 작품이 실렸다. 윤 작가의 ‘어떤 여인의 자화상’은 불구가 되어 버린 남자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여인의 이야기이다. 순애보 같으면서 북한 사회의 실상이 소름 돋듯 드러나는 순간이 있다.
윤 작가와 테이블을 마주한 도명학(52) 작가는 북에서는 시인이었다. 그렇게 되기 어렵다는 조선작가동맹 출신이다. 그는 “북에서는 시가 찬양의 도구로, 남에서는 난해해서 독자로부터 버림 받는 신세가 된 것 같았다”며 소설가로 ‘전향’한 이유를 말했다. 그의 작품 ‘잔혹한 선물’은 북한의 소위 ‘돌격대 공사’의 실상을 핍진하게 그린다. 표제작인 이지명의 ‘금덩이 이야기’ 김정애의 ‘밥’ 등 탈북 작가들이 쓴 대부분의 단편은 탈북의 가장 큰 원인인 배고픔과 가난의 끔찍한 실상을 잘 보여준다.
이경자의 ‘나도 모른다’ 방민호의 ‘시간여행’ 박덕규의 ‘조선족 처녀’ 등 남한 소설가들의 작품에는 북한 사회와 탈북자를 바라보는 남한의 시선이 들어 있다.
서로의 작품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도 작가는 “남한 작가는 체험을 못해서 그런지 작품들이 북한을 연구하는 것 같다”며 눙쳤다. 그러면서 “우리 탈북 작가는 남쪽 독자의 문화적 취향을 몰라 어려움이 있는데, 서로 연대함으로써 문학부터 통일의 공통점을 찾아갔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꼬뿔 소년’을 통해 청소년의 시선으로 남북 갈등과 차이를 보여주고자 한 한국의 이성아 작가는 “2년 전 연길에 머물 때 우리가 북한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실상도 잘 모르면서 ‘북한 피로감’에 젖어 있다. 공동 소설집이 통일 시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가교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윤 작가가 북한 억양이 잔뜩 밴 말투로 한 마디 툭 던졌다. “가난의 아픔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똑같지요. 인간의 행복은 어느 나라나 같지 않겠습니까.” 공동소설집이 진보와 보수 상관없는 인간의 문제, 인권의 문제를 다루는 이유일 것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문학이 통일시대 남북 이해의 가교 됐으면”
입력 2017-02-06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