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발생한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는 불과 1시간여 동안 264㎡(80여평)의 작은 공간을 태웠는데도 4명 사망 47명 부상이라는 대형 인명피해를 냈다.
감식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지만 가연성 인테리어 소재가 타면서 나온 유독가스와 철거공사 작업과정의 안전조치 불이행 등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상가 관리업체가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를 꺼놓았다는 증언도 나와 경찰이 확인 중이다.
5일 오전 합동감식을 벌인 화성동부경찰서와 소방 당국은 “점포 중앙부 철제구조물 절단작업 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며 이곳에서 산소절단기 등 장비가 발견됐으며 감식 결과는 2주 후에나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화재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이번 사고는 유독가스를 뿜어내는 가연성 인테리어 소재와 상가의 미로 같은 내부구조, 공사 작업자들의 안전 불감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화재는 2008년 12월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이천물류창고 화재와 2014년 5월 8명이 사망하고 116명이 다친 고양터미널 상가 화재와 닮은꼴이다. 서이천물류창고 화재는 용접작업 도중 불꽃이 샌드위치 패널 안쪽 가연성 소재에 옮겨 붙어 발생했고 고양터미널 화재 역시 용접 작업자들이 가스 누출 사실을 모른 채 작업하다가 불씨가 천장의 가연성 소재에 옮겨붙으면서 대형사고로 번졌다.
메타폴리스 상가 관리업체 관계자는 한 언론에 “옛 뽀로로파크 점포 내부 철제시설 철거 과정에서 스프링클러 오작동을 우려, 밸브를 잠가놓아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화재경보기도 오작동으로 인한 입주민과 방문객 혼란을 우려해 이달 1일부터 꺼놨다가 4일 오전 불이 나자 10여분 뒤 스위치를 켰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후 18분이 지나 관리업체가 대피방송을 한 사실도 소방 상황보고서에 기록됐다. 화재 당시 현장에 꾸려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에서 작성한 화재보고서상 조치상황을 보면 오전 11시1분 신고 접수 이후 18분 뒤인 11시19분에 ‘메타폴리스 대피방송’을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뽀로로파크가 있던 점포 내부는 유명 캐릭터인 펭귄 뽀로로가 사는 극지방을 연출하기 위해 대부분 나무와 스티로폼을 비롯한 플라스틱 재질로 이뤄져 불이 잘 붙고 강한 유독가스가 발생했다.
어린이, 장애인, 노인 등 재난약자들이 사용하는 공간에는 가연성 물질을 배제하고 불연재를 사용해야 하지만 현행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과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상 재난약자가 사용하는 시설에 대한 세부 규정이 미비한 실정이다. 화성=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
놀이시설 가연성 물질 타면서 ‘죽음의 가스’ 퍼져
입력 2017-02-05 18:38 수정 2017-02-06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