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농단’ 박채윤, 김진수에 금품 살포 시도

입력 2017-02-05 18:37 수정 2017-02-05 20:57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가 5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박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부부에게 명품가방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영희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의료농단’ 몸통으로 지목된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가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수차례 만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박씨가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에게 금품을 건네려 한 단서도 잡고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의 비선진료 의혹 수사가 공직자 로비 의혹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검팀은 5일 박씨를 소환해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정 차관과 여러 차례 접촉한 배경 등을 캐물었다. 정 차관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씨와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모든 사실에 대해 특검에서 말했다”고 말을 아꼈다. 박씨는 앞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2500만원가량 현금 등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4일 구속됐다. 그는 구속 당일 특검팀에 소환됐지만 호흡곤란 증세 등을 호소해 병원에 이송됐다. 진단 결과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특검팀은 박씨가 안 전 수석 외 공직자들에게 사업청탁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김 비서관은 최근 특검에서 박씨가 명품가방 등을 주려 했지만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박씨가) 워낙 발이 넓어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와이제이콥스는 2015년 의료용 실 연구·개발과 관련해 15억원 규모 정부 지원금을 따냈다. 정 차관은 김 비서관이 와이제이콥스를 지목해 지원금 관련 민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팀은 와이제이콥스가 지원금을 따낸 배경에 박근혜 대통령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와이제이콥스는 박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세 번 선정됐었다. 박씨는 박 대통령 비선진료 의혹을 받는 성형외과 의사 김영재씨 부인이다. 박씨는 이날 특검에 출석하면서 “박 대통령 시술을 자백하라고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특검팀은 이밖에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 승진 인사에 개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이번주 중 소환 계획에 대해 “현 단계에선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직 소환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필요하면 당연히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는 2015년 12월 하나은행의 보증신용장 발급을 통해 지난해 1월 연 금리 0.98%대 저리 대출을 받았다. 특검팀은 최씨의 금고지기라는 의혹을 받는 이 본부장이 정씨 특혜 대출을 도운 후 본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안 전 수석의 승진 관련 지시를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이사장은 앞서 특검팀 조사에서 이런 지시를 전달한 사실은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