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력 주간지 슈피겔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자비한 ‘반이민 행정명령’을 비판하기 위해 섬뜩한 표지(그림)를 공개했다. 지나치게 흉측한 모습이어서 오히려 트럼프가 언론을 비판하는 데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슈피겔은 최근호 표지에서 트럼프가 커다란 칼을 들고 뉴욕 ‘자유의 여신상’ 목을 벤 이미지를 게재했다. 트럼프가 참수한 여신상 머리 부분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슈피겔에 이 그림을 제공한 만평가 에델 로드리게스는 “트럼프가 민주주의를 참수한 것을 비판하기 위한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극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로드리게스는 1980년 쿠바를 탈출한 난민 출신 작가로 알려졌다.
슈피겔의 표지 그림은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과 함께 트럼프가 최근 ‘난민정책 실패’를 주장하며 독일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난해온 것에 맞대응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BBC는 전했다.
하지만 만평의 일부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독일 사회에서는 “좀 과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또 다른 현지 유력지인 디벨트는 “슈피겔 표지는 언론이 중립적 균형보도를 하는 집단이 아닌 자기 생각을 마음대로 드러내는 기관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프랑크 알게마이네 자이퉁도 “이런 표지 그림이 트럼프가 딱 좋아할 만한 것”이라며 “트럼프가 언론의 왜곡을 주장할 때 이 그림을 증거로 동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독일 유력 주간지 ‘슈피겔’ 표지에 자유의 여신상 참수한 트럼프 그림 실어 논란
입력 2017-02-0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