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美국방장관 “1970년대 초 도움 준 ‘해병대 정 하사’ 기억”

입력 2017-02-03 21:21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3일 회담에 앞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연병장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 참석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의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24시간의 짧은 방한 일정 속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별명 ‘미친개(Mad Dog)’와 달리 차분하고 동맹국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위해 3일 오전 9시24분쯤 검은 캐딜락을 타고 국방부 청사에 도착한 매티스 장관은 한 장관이 이순진 합참의장 등 한국군 인사들을 소개하자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회담을 위해 2층 접견실로 자리를 옮긴 매티스 장관은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21살 젊은 소위로 이 용감한 나라에 아주 오래전에 방문했었다”며 “다시 돌아오게 돼 기쁘다”고 했다.

매티스 장관은 일본 오키나와와 하와이에 근무했으며 한국에는 1972년, 73년, 74년 3차례 해병 소대장으로 훈련차 강원도 강릉지역을 방문했다. 1980년대는 중대장으로 한미연합훈련 ‘팀스피릿’에 참여한 적이 있다.

매티스 장관은 전날 한 장관 주최 만찬에서도 한국 해병대 ‘정 하사’의 안부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1990년대 대대장 시절 한국을 방문해 이번이 26년 만의 방문”이라며 “1970년대 초 방한했을 때 추운 날씨에도 김치를 가져다 준 해병대 정 하사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자신이 태어난 1950년 9월 8일이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미 합참에 인천상륙작전계획을 보고한 날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장진호 전투에 참가했던 해병 1사단의 사단장을 나중에 역임했다는 말도 했다. 한국과의 인연이 적지 않은 셈이다. 매티스 장관은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를 외치며 모두발언을 마무리했다. ‘같이 갑시다’는 한미연합사의 구호로 한국군과 미군이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미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사드(THAAD) 연내 배치’에 쐐기를 박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했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제기돼 왔던 미국의 기존 동맹정책 변화 가능성 우려를 해소했다는 평가도 많다. 매티스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사드 배치의 연내 완료 동력을 되살렸다. 하지만 가장 강력히 반대해온 중국이 회담 결과를 거듭 비판하고 있어 우리로선 여전히 부담이다.

반면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도발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실효성을 강화키로 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미국의 확장억제 실효성을 높인다는 것은 사실상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배치를 의미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 도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를 요청해 왔다. 이번 회담으로 미국과의 전략자산 관련 협의가 빠른 속도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우려했던 방위비 분담금 인상요구는 없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전날 매티스 장관과 함께 헬기로 평택미군기지를 둘러보면서 한국 측의 기여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