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이 활기를 띠고 있다. 뮤지컬 시장 전체로 보면 여전히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의 비중이 70% 안팎으로 높지만 화제성이나 인기 면에서 소극장 뮤지컬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소극장 뮤지컬의 붐업 현상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소위 ‘대극장 배우’들이 대학로 무대에 잇따라 서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3∼4월 배우 홍광호가 ‘빨래’에 출연한 이후 ‘키다리 아저씨의’ 신성록, ‘더 언더독’의 김준현·김법래, ‘어쩌면 해피엔딩’의 전미도 등이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다. 최근에는 홍광호와 서범석이 3월 개막하는 ‘미스터 마우스’에 캐스팅 됐으며, 박지연이 3월부터 ‘빨래’에 출연할 예정이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조용신씨는 “대극장 배우들의 대학로행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들이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창작뮤지컬에 출연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작품의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2000년대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하는 동안 인기 있는 배우들의 개런티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특히 특급 남자배우들은 대체로 회당 개런티가 2000∼3000만원 사이에서 형성됐다. 따라서 제작비가 적은 소극장 뮤지컬에서 이런 배우들을 기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배우층이 빠르게 넓어지면서 스타 배우들의 수가 증가한 것, 최근 경기 침체 속에서 뮤지컬 제작사들이 안정적인 재공연 위주로 라인업을 꾸린 것 등은 소극장 뮤지컬을 선택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하던 초기에는 스타 배우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은 배우들이 공급되고 있다. 여기에 작지만 강한 창작 뮤지컬이 최근 많이 만들어지면서 배우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예 기획사들만 하더라도 이제 소극장 뮤지컬에 소속 아이돌들을 기꺼이 출연시킨다. 좋은 작품이 많아진데다 전략적으로 작은 무대에서 아이돌들을 단련시키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의 스타 배우들 역시 개런티를 우선시한 기계적인 선택이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과 예술적인 성취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배우층 확대로 스타 개런티도 낮아지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소극장 개런티는 대극장 개런티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소피, ‘레미제라블’의 에포닌 등으로 주목받다가 이번에 ‘빨래’의 나영 역에 출연하는 박지연은 “배우로서 굳이 대극장과 소극장을 나누지 않는다. 내 선택 기준은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 여부일 뿐”이라면서 “관객과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소극장의 매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큰 인기를 끈 JTBC의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도 대학로에 요즘 활력을 불어넣었다. 남성4중창 그룹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팬텀싱어’에는 고훈정 백형훈 윤소호 고은성 등 뮤지컬배우들이 다수 출연했다. 그리고 고훈정은 ‘포르테 디 콰트로’의 멤버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1월까지 3개월간 ‘팬텀싱어’가 방송되는 동안 여기에 출연했던 뮤지컬 배우들의 인기가 수직상승했다. 이에 따라 고훈정의 ‘어쩌면 해피엔딩’ ‘더 데블’, 백형훈의 ‘미드나잇’, 고은성의 ‘로미오와 줄리엣’ 등 소극장 뮤지컬은 현재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상태다.
조용신씨는 “‘팬텀싱어’에 나온 뮤지컬배우들이 마니아층을 넘어 일반 대중에게까지 많이 알려졌다. 특히 이들의 가창력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매우 높다”면서 “그동안 뮤지컬계 출신으로 TV드라마에서 스타가 된 이후 다시 무대로 돌아오는 경우는 적지 않았지만 ‘팬텀싱어’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소극장 뮤지컬 ‘붐업’ 시키는 대극장 배우들
입력 2017-02-05 18:48 수정 2017-02-06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