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3일 압수수색영장을 받아들고 청와대 진입을 시도했다. 청와대는 비서실장·경호실장 직인이 찍힌 불승인 사유서를 내보이며 경내로 들어가는 길을 내주지 않았다. 시점이 문제였을 뿐 예고된 압수수색이었고, 청와대 측의 거부 역시 예고된 상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하는 특검팀과 대통령을 보위하는 참모진은 청와대와 외부의 경계인 연풍문에서 5시간가량 대치하다 돌아섰다.
양측은 지난달 중순 이후 청와대 압수수색 장소와 방식을 놓고 물밑 접촉을 해왔지만 간극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 등 남은 일정을 감안할 때 더 이상 끌려갈 수 없다고 판단해 2일 밤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내 진입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수사 당위성과 명분을 부각시키고, 청와대를 재차 압박한다는 측면 등에서 감행 효과는 있다고 봤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대상으로 비서실장실, 민정수석실, 정책조정수석실, 부속비서관실, 경호실, 의무실 등 10곳을 특정했다. 박 대통령 관저는 제외했지만 뇌물 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및 비선진료 의혹 등 혐의를 두고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 증거 수집을 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박 대통령을 주범인 ‘1번 피의자’로 적시했다.
청와대는 ‘경내 진입 불가’란 공식 방침 속에서 경호실과 의무실 등은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조율 과정에서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국민일보 2월 2일자 10면 참조). 특검이 압수수색 실효성 담보 차원에서 청와대 전산서버를 열어보겠다고 역제안을 하면서 양측 협의는 교착 상태가 됐다. 이날 영장 집행은 최종적인 협상 결렬 선언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전가의 보도처럼 형사소송법 110조(군사상 비밀과 압수)와 111조(공무상 비밀과 압수) 조항을 들어 특검팀을 막아섰다. 군사·보안구역이라 책임자의 승인 없이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특검팀은 출범 직후부터 이 벽을 뚫기 위해 심층적으로 법리검토를 했지만, 청와대가 버티기로 나올 경우 현실적 타개책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규철 특검보 역시 “실질적으로 어떤 법리를 마련해도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특검팀은 고육지책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협조를 구했지만, 이마저 무위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 특검보는 “(비서실장·경호실장의) 상급기관으로 판단되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청와대 측 불출석 사유서의 부당함을 제시하고 그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후 5시 압수수색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 측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관련 법령에 따라 특검 압수수색에 응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입장이 같다는 뜻이다.
특검팀은 8∼9일쯤으로 거론되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의 경우 “압수수색과 상관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청와대 측이 특검의 압수수색 방식에 대해 ‘헌법 위배 행위’라며 시비를 거는 상황 등에 비춰 대면조사 문제 역시 불확실성이 커졌다.
지호일 노용택 기자 blue51@kmib.co.kr
5시간 두드렸지만문 안 열어준 靑… 특검, 압수수색 결국 무산
입력 2017-02-03 17:37 수정 2017-02-03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