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블랙리스트 수사대상 맞다”… 金의 ‘특검 뒤집기’ 실패

입력 2017-02-04 00:02

‘법꾸라지’ 김기춘(78·구속·사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위법이라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특검의 수사가 직무범위를 벗어났다는 김 전 실장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특검의 수사와 기소 대상”이라며 일축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황한식)는 김 전 실장의 ‘특별검사의 직무범위 이탈에 대한 이의신청’을 3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의) 범죄사실은 특별검사법 제2조에 기재된 각 의혹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認知)된 것”이라며 “법에서 규정한 의혹사건과 합리적 관련성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은 제2조에서 15가지 수사 대상을 밝히고 있다. 제1호부터 제14호까지는 최순실(61·수감 중)씨에 대한 청와대 문건 유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시 대기업에 대한 강요,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에 대한 불법적 인사조치, 정유라(21)씨의 불법 학사관리 등 의혹 사건이 열거돼 있다. 김 전 실장의 주장은 이렇게 명시된 특검의 수사 대상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특검은 명시된 수사대상 15가지 가운데 마지막 항목이 “기존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인지(認知)된 관련 사건”이라며 엄연히 인지수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 역시 합리적인 관련성이 인정된다면 제1호부터 제14호까지에 일일이 열거되지 않더라도 특검의 수사·기소 대상이 된다며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신청인에 대한 범죄인지 및 수사과정에서 변호인 참여권이 보장되는 등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가 준수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특검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사건의 의혹 단계에서 임명됐으며, 입법 취지를 반영해 ‘의혹사건’이라는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전 실장 측의 주장을 인정할 만한 소명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결국 김 전 실장의 주장은 “이유 없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었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이 박근혜 대통령, 최씨 등과 공모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본다. 정부비판적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 배제는 헌법적 가치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김 전 실장은 국회에서는 “저희가 블랙리스트 만든 일 없습니다” “유진룡 장관에게 드린 일이 없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