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의료진에 의해 국내 처음으로 시도된 ‘팔 이식’ 수술이 잘 마무리됐다.
수술을 집도한 우상현 더블유(W)병원장 등은 3일 영남대병원에서 ‘국내 최초 팔 이식 수술 결과 보고회’를 열고 “팔을 이식받은 환자의 혈액순환, 혈압, 맥박 등이 다 안정적이고 엄지, 둘째, 셋째 손가락도 조금씩 움직인다”고 밝혔다.
우 원장 등 W병원과 영남대병원 의료진 25명은 2일 오후 4시부터 10여시간 동안 40대 뇌사자에게 기증받은 팔을 35세 남성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이 환자는 사고로 왼쪽 손목 5㎝ 위(팔뚝 쪽) 부위까지 절단됐는데 이 부위에 기증자의 팔을 이식했다.
일반 손목 접합 수술이 4∼5시간 정도 걸리는 것에 비해 시간이 두 배 정도 걸렸다. 의료진은 기증자의 팔 근육과 신경이 심하게 유착돼 힘줄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수술을 잘 마쳐 환자의 상태가 좋은 편이지만 최종 성공 여부는 최소 일주일 정도 지나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환자의 혈액순환이 일주일 이상 유지되고 근육과 신경이 잘 이어져야 된다”며 “면역거부반응 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환자의 면역거부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기증자의 피부 일부를 환자의 허벅지에 이식해 놓기도 했다.
1999년 미국에서 처음 시도된 팔 이식 수술은 세계적으로 70여건만 시행됐을 정도로 어려운 수술이다. 국내에는 팔 이식과 관련된 법이 없었기 때문에 의료진은 2010년 별도로 신의료기술 평가 승인을 받아놓고 수술을 기다려왔다.
우 원장은 “현재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식대상에 팔이 포함돼 있지 않아 법 개정이 절실하다”며 “W병원에만 팔 이식 대기자가 200여명인데 기증자가 없는 상황이라 장기기증, 팔 이식에 대한 인식 변화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시와 지역 의료기관들이 참여한 메디시티대구협의회는 지난해 초 팔 이식 수술을 대구 대표 의료기술로 선정해 설명회 개최, 팔 이식 수혜·기증자 모집 등 첫 수술 성사를 위한 활동을 벌였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손가락이 움직였다… 국내 첫 팔 이식 성공
입력 2017-02-03 17:36 수정 2017-02-03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