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의 트윗 한 줄이 삼성뿐 아니라 국내 수출업계를 들쑤셔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삼성이 미국에 가전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는 기사를 링크에 걸고 “고마워요 삼성! 우리는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가전공장 설립을 기정사실화한 트럼프의 반응에 삼성은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공장 생산비율이 매년 떨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에 공장을 늘리면 국내 일자리가 더욱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미국 가전공장 설립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트윗을 통해 최고 수준의 압박을 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화답해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만약 삼성전자가 가전공장을 미국에 세우게 되면 복잡해진다. 전 세계에 산재한 공장의 공급량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야 한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브라질, 중국, 베트남 등에 가전제품의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국내에는 광주 공장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광주 공장의 냉장고 생산라인 3개 중 1개를 베트남으로 이전한다고 밝혀 지역 민심을 흔들었다. 인력 감축이나 추가 이전은 없다고 했지만 지역 경제계는 광주 공장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이 있다. 삼성전자는 1997년 설립된 오스틴 공장에 20년 동안 약 170억 달러(약 19조500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공장에는 시스템 LSI(대규모 집적회로) 생산 확대를 위해 올해 상반기까지 1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된다.
난처한 건 다른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향후 5년간 31억 달러(약 3조5600억원)의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지난달 밝혔다. 지난 5년간 현대차가 미국 에 투입한 규모보다 10억 달러가량 많은 액수다. 다만 신규 공장 건립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 사장도 “수요가 있다면 검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원론 수준의 답변만 했다고 한다.
혹시 현대·기아차가 트럼프 압박에 등 떠밀려 미국에 생산설비를 추가로 세운다면 국내 생산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연 생산능력 37만대)을, 기아차는 조지아 공장(연 34만대)을 운영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미국에 연간 14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 중 70여만대는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수출하는 물량이다. 따라서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면 국내 설비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이미 현대차의 국내 공장 생산비율은 2011년 46.4%, 2012년 43.3%, 2013년 38.8%, 2014년 37.9%, 2015년 37.6%로 계속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34.4%로 2000년대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5공장(충칭 공장·30만대 규모)도 새로 지을 예정이다.
심희정 박세환 기자 simcity@kmib.co.kr
[투데이 포커스] 대기업들 ‘트럼프 압박’ 어쩌나
입력 2017-02-03 17:40 수정 2017-02-03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