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3일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간 뇌물수수 혐의 등을 입증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앞두고 이날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특검은 압수수색영장에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하는 등 강도 높은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특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내에 있는 공정위와 서울 금융위 사무실에 특별수사관을 파견해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공정위는 부위원장실·사무처장실·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 등이, 금융위는 부위원장실·자본시장국·금융정책국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특검은 “삼성의 뇌물 및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수사 등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기 위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공정위가 삼성에 특혜를 줬는지 의심하고 있다. 2015년 당시 공정위는 두 회사 합병 직후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 유리한 쪽으로 가이드라인이 제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공정위 압수수색 목적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공정위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4년 CJ CGV 불공정행위 조사 착수 및 심결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 특검은 지난달 초 공정위에 관련 조사자료 일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특검의 금융위 압수수색은 박 대통령과 삼성 간 뇌물수수 의혹,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미얀마 ODA 이권 개입 등을 모두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검은 기업 상장 관련 업무를 감독하는 금융위 자본시장국을 압수수색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유가증권시장 상장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금융위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특검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외환거래 자료 등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ODA를 이용해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은 FIU가 보유한 외환거래, 금융거래정보 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금융위 부위원장실을 압수수색한 점도 눈에 띈다.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최씨를 도운 하나은행 간부의 승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검은 최씨 모녀가 독일에서 특혜대출을 받도록 돕고, 유재경 주미얀마 한국대사가 임명되는 과정에서 중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산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 과정도 조사 중이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를 염두에 두고 삼성화재 자금담당 임원인 배모 상무도 2일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다. 이 부회장 뇌물공여 혐의 입증을 위한 삼성물산 합병 관련 보강수사를 이어가는 것이다.
노용택 기자,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공정위·금융위도 압수수색… 삼성 뇌물죄 ‘정조준’
입력 2017-02-03 17:50 수정 2017-02-03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