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콘텐츠 베끼지 말라” 안철수, 文 4차 산업혁명 행보에 불쾌감

입력 2017-02-04 05:01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최근 4차 산업혁명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불쾌감을 표출했다. 카이스트 교수 출신인 안 전 대표의 대표적 콘텐츠인 ‘4차 산업혁명’ 행보를 문 전 대표가 ‘베끼고’ 있다는 주장이다.

발단은 안 전 대표가 방문했던 정책 공간을 문 전 대표가 찾은 데서 시작됐다. 문 전 대표는 3일 4차 산업혁명 정책 구상 일환으로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있는 ‘팹랩(FabLab)’을 찾아 간담회를 열었다. ‘제작연구소’인 팹랩은 스타트업 기업이 갖고 있는 디지털 아이디어를 실제 시제품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제공한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4·13총선 당시 첫 선거운동 일정으로 팹랩을 찾았다.

문 전 대표의 방문 계획이 알려지자 국민의당이 발끈했다. 박지원 대표는 “정치 도의상 안 전 대표가 행사를 한 장소를 또 가는 것은 좀 그렇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도 “문 전 대표가 안 전 대표가 방문했던 장소를 찾아 유사한 행사와 발언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4차 산업혁명 따라하기”라고 비판했다.

이날 안 전 대표는 국회에서 4차 산업혁명 포럼을 열었다. 그는 문 전 대표의 정책을 ‘과거 방식의 정책’이라고 비판한 뒤 민간 역량 강화를 필수조건으로 꼽았다. 안 전 대표는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든다는 것은 예전 1970년대 박정희 패러다임식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창조경제가 실적이 없는 것”이라며 문 전 대표의 4차 산업혁명 구상을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 정책에 비유했다. 김경진 수석대변인도 “문 전 대표가 내세우는 전기자동차 산업강국, 신재생에너지 시대는 2, 3차 산업혁명기 정책”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팹랩 방문에 대해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가진 분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다. (문 전 대표도) 공부 하셔야죠”라고도 했다. 문 전 대표 측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누가 먼저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하면 찾아가는 게 맞다”며 “결국 정책을 누가 어떻게 실천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