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로 유력시되는 테드 맬럭(64·사진) 영국 레딩대 교수의 부임을 보이콧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의회 주요 정당 대표들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EU 주재 대사로 거론되는 맬럭의 임명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유럽의회 최다 의석을 점한 만프레트 베버 유럽국민당(EPP) 대표와 기 베르호프스타트 자유당 대표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EU를 해체하려는 목표를 가진 인물이 파견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맬럭은 EU 가치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적의를 드러냈다”며 “신임장을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그의 부임은 지난 70년간 미국과 EU의 평화, 안정, 번영을 근본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대사직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진 맬럭은 지난달 26일 BBC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해 “유로화는 사망선고를 받았고 유로존은 1년 반 내에 붕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과거에 소련 붕괴를 돕는 외교 직책을 맡은 적이 있다. 길들일 필요가 있는 또 하나의 연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EU 조직을 노골적으로 폄하했다.
지아니 피텔라 유럽의회 사회민주당 대표는 “맬럭의 발언은 충격적”이라며 “그를 ‘외교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선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U대사 후보는 EU 회원국과 대외관계청(EEAS), 집행위원회, 정상회의의 승인을 받아야 취임할 수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U, 美 대사 보이콧 움직임… 갈등 본격화
입력 2017-02-03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