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차출론·無후보론까지… 潘 퇴장 후 ‘혼돈의 보수’

입력 2017-02-04 00:01

보수 진영이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보수 표심이 갈 곳을 잃었다. 바른정당 한 의원은 3일 “보수에 이렇게 사람이 없다니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진보 진영과 비교하면 더욱 속이 타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세론’은 확산되고, 안희정 충남지사의 상승세도 매섭다. 안철수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보수 후보 중에서는 출마조차 불확실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가장 앞서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지지율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반 전 총장이 가지고 있던 10∼15% 지지율도 다른 보수 후보에게 집중되지 않고 여야에 고르게 분산되는 형국이다.

궁여지책으로 시작된 ‘김무성 재등판론’은 ‘차출론’으로 번지고 있다. 김 의원이 2일 “대선 불출마와 백의종군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지만 여진이 가라앉지 않는다. 바른정당의 수도권 의원은 “김 의원 자신이 불출마 선언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김 의원이 불출마를 계속 고집할 경우 차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붐업’을 위해 역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재등판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반 전 총장이 추진하다가 중단된 ‘빅텐트’ 전략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른바 ‘중도·보수 단일 후보론’이다. 김종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영입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들 중 한 명을 ‘반(反)문재인 연대’ 대표선수로 내보내자는 것이다. 연정을 통해 공동정부를 꾸리자는 게 보수 진영의 구상이다.

김 전 대표가 선수로 뛰지 않고 킹메이커로 움직일 때 더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전 대표가 보수 진영의 특정 후보를 지원할 경우 대선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오는 16일 ‘성완종 게이트’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을 경우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극단적인 주장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억지로 후보를 찾지 말고 이번 대선에 보수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면서 “극단적인 얘기지만, 국민들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보수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후보 불출마론은 어차피 대선 승리 가능성이 희박하니 명분이라도 찾자는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낮은 푸념에 가깝다. 대선이라는 거대한 무대에 후보를 내지 않는 정당은 존재이유가 없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