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거주하는 무슬림 이민자 등 3만여명이 추방 위기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입국이 금지된 이라크 시리아 이란 리비아 예멘 수단 소말리아 등 무슬림 7개국 출신이 대상이다. 미 국무부는 사전 통보도 없이 이들의 기존 비자를 취소했다. 비자가 취소된 이들은 하루아침에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됐고, 가족 장례식 참석 등의 이유로 미국을 떠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국무부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대한 후속 조치로 입국금지 대상국인 무슬림 7개국 출신의 기존 비자를 모두 취소했다. 이들 국가 출신으로 이민비자를 받고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3만1804명이고, 이와 별도로 수천명이 학생비자 등 비이민비자를 받고 체류 중이다. 다만, 외교관과 정부기구 소속 공무원, 승무원 등은 제외됐다.
이런 사실은 행정명령 취소 소송 과정에서 제출된 정부 측 문건에서 확인됐다. 이런 대규모 비자 취소는 백악관과 국토안보부가 “합법적인 비자 소지자는 행정명령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국무부는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비자는 새로운 정책이 정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취소된 것이며 개별 심사에서 예외가 인정되면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자가 언제 다시 발급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이들 무슬림은 잠재적인 추방 위기에 놓였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미국 이민변호사협회 그레그 첸 국장은 “단지 새로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무슬림을 막겠다는 게 아니라 이미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미국을 떠나면 못 돌아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도 서두르고 있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몇 달 내 장벽 건설이 착공될 것”이라며 “향후 2년 안에 공사를 마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켈리 장관은 “예산 투입은 신속히 진행될 것이며 가장 먼저 필요한 곳부터 건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순수 장벽 건설비용을 약 120억∼150억 달러(약 14조∼17조50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트럼프가 불법 체류자를 보호하고 있는 도시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원지원 중단 방침을 밝힌 이후 텍사스가 처음으로 불법 체류자 보호 프로그램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트래비스 카운티가 운용하고 있는 치안 프로그램 예산 180만 달러(약 20억5830만원)의 승인을 취소했다. 트래비스 카운티는 텍사스의 주도이자 주에서 가장 진보적인 도시로 꼽히는 오스틴이 속한 곳이다. 지난해 선출된 민주당 소속 샐리 에르난데스 트래비스 카운티 경찰국장은 검거된 용의자들의 불법이민 여부를 심문하지 않도록 하는 등 일련의 불법 체류자 보호 정책으로 애벗 주지사와 갈등을 빚어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美, 기존 비자도 취소… 무슬림 3만명 추방 위기
입력 2017-02-03 18:27